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첫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재의결 끝에 '부결' 됐습니다. 통과를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표를 던져야 하지만, 찬성 177·반대 112표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또 다른 쟁점 법안,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추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국이 더욱 격랑에 휩싸인 모습입니다.
여야는 쟁점 법안과 다르게 이른바 '총선용 특별법'에 대해서는 기꺼이 손을 맞잡았는데요. 이날 여야 합의로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포퓰리즘 협치'를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윤 대통령 첫 거부권 '양곡법' 놓고 온종일 '으르렁'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날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양곡법을 무기로 다시 여론전에 나선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야당의 본회의 상정 의지를 막지 못했는데요. 민주당은 이날 오후 양곡법을 본회의에 올리기 위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제출했으며, 표결 결과 재석의원 285명 중 176명이 찬성해 가결됐습니다.
본회의에 상정된 양곡법은 재표결에 들어갔는데요. 재의요구된 법안이기 때문에 재석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가 가능하지만, 115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이미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결과적으로 자동 폐기 수순을 밟았습니다.
또 다른 쟁점 법안인 간호법 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간호법에 대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해 본회의에서 표결하려고 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법안 상정을 연기했습니다. 의료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로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추후 간호법이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제기되는데요. 다만 양곡법과 다르게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 고연련층 확대에 따른 돌봄 서비스 필요라는 명분이 있는 데다,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공감을 표한 바 있는 사안이라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미 양곡법에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황이라 거듭된 거부권 행사는 야당과의 협치, 국정운영 수행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어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입니다.
등 돌린 여야, 'TK·광주' 공항 주고받을 땐 '협치'
반면 여야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대해서는 이날 원포인트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뒤 본회의에 상정해 의결했는데요. 쟁점 법안을 두고 극한 대립을 보이던 여야는 이들 법안에 대해서는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습니다.
당초 이들 법안은 법사위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별검사 법안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상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두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컸습니다.
하지만 여야는 극한 대립 속에서도 '지역구 표심'이 걸린 법안은 협치가 수월한 모습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두 법안을 '쌍둥이 법'이라고 부르는데, 여야가 합심해 두 법안을 함께 처리하고 있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업비만 20조원에 육박하는데, 여야 각각의 '표밭 사업'이기에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은 것인데요. 여야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도 '표심'이 걸렸다면 기꺼이 손을 맞잡는, 즉 '포퓰리즘 경쟁'을 넘어 '포퓰리즘 협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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