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대통령실이 국민의힘에 잇단 설화로 뭇매를 맞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미온적 반응을 보여왔던 김기현호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김 대표의 구두경고로 한 달간 공식활동을 중단하며 자숙에 들어간 상태인데요. 대통령실의 '징계' 언급에 이제서야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윤리위원회 징계 문제를 공식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김 최고위원뿐 아니라 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도 잇단 실언을 쏟아내면서 당 지도부의 체면을 구겼는데요. 지지율 하락에 가속 페달을 밟은 지도부 인사들의 엄격한 징계가 없으면 당 기강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민심 이반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새 윤리위원장에 황정근…이제야 속도 내는 '김재원 징계'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는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공석인 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내정한 가운데 이르면 13일 이 같은 인선안을 의결할 예정인데요. 새 윤리위원장 선임과 함께 윤리위가 공식 출범하면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김 최고위원의 징계를 당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대통령실은 김 최고위원의 잇단 실언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김기현호 출항 직후 '5·18 헌법 전문 수록 반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4·3 격 낮은 기념일' 등 잇단 논란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는데요. 대통령실은 김 최고위원의 잇단 실언들 이후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중도층이 이탈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가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실 김 대표는 그간 김 최고위원에 대해 구두경고 등 미온적 조치에서 그쳤는데요. 그는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김 최고위원이 국경일과 기념일의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을 지적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다"며 "김 최고위원은 당에 자숙하는 의미로 4월 한 달 동안 최고위 참석 및 모든 언론 출연을 중단하겠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구두경고에 그치는 김 대표의 대처에 불만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대통령실의 '징계' 언급 한 번에 이제서야 공식적으로 징계 필요성을 꺼내는 셈이니, '늑장 대처'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진들, 지도부 면전서 쓴소리…"목사 손아귀에 움직이면 안돼"
문제는 당의 기강 잡기와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면 김 최고위원뿐 아니라 태·조 최고위원 역시 징계가 필요하다는 점인데요. 앞서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 조 최고위원은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 등 각종 설화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당 지도부의 잇단 실언에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공식 징계 절차가 없으면 중도층 민심 이반이 더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당 운영 방침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실제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중진의원들이 김 대표의 면전에서 고언을 쏟아냈습니다.
4선 중진 홍문표 의원은 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내 통제에 따라야 한다"는 등 논란의 발언을 이어가는 것을 놓고 "전광훈 목사가 20~30만원의 당원을 심어놓고 그 덕분에 국민의힘이 버티고 있다고 하는데, 이 문제를 당론으로 결정해서 빨리 수습해야지 목사 손아귀에 움직여지는 당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부의장인 5선 중진 정우택 의원도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건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며 "(당 지도부 등 의원들이) 집권여당의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하고, 이런 것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역시 "총선에서 만일 우리가 승리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 것"이라며 "읍참마속 해야 할 일이 발생했다. 이건 주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오늘 발언들을) 잘 참고하고 새기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 징계 조치에 대해 "잘 챙겨보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설화 리스크'를 의식한 듯, 이날 열린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도 시·도당위원장들을 향해 "당 기강을 잘 세우는 데 앞장서고 여러 주자들이 뛰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어긋나지 않도록 지도해 달라"고 당부하면서도 "다만 뜻밖의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다거나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정서에 위반되는 게 있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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