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한미동맹…대통령실 불법 도청으로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혈맹' 시험대에
정치권 후폭풍…"명백한 주권 침해" 지적
2023-04-10 15:53:41 2023-04-10 18:39:3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담은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이 유출되면서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도청해온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코 앞에 두고, 민감한 외교 이슈에 대한 우리 정부의 내밀한 대화가 고스란히 새어나갔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데요.
 
그간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해온 대통령실 역시 이번 사태에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10일 정치권에서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명백한 주권 침해라는 비판과 함께 명확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는데요.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이번 대형 보안 사고로 양국의 혈맹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입니다.
 
용산 뚫렸는데대통령실 "동맹 흔들려는 세력" 경고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개된 미국의 기밀 문건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문제 대화가 포함됐으며, 해당 정보가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로 수집됐다고 보도했는데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해 달라는 미국의 압력과 전쟁 국가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정책 사이에서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한 대화가 담겨 있습니다. 시긴트는 전자장비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의미하며, 미 정부 정보기관이 정보를 불법 도청했음을 시사하는데요.
 
NYT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르며, 미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대해 미 당국은 "현재 법무부 차원에서 기밀문서 SNS 유출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대통령실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는 미온적인 입장만 내놨는데요.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 CIA의 도청 관련에 대한 언급은 없고 노동개혁과 2차전지·반도체 경쟁력 강화 관련 지시만 있었을 뿐입니다. 다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 동맹 70주년 '최대 악재'발칵 뒤집힌 정치권
 
이번 미 CIA의 도청 의혹이 문제가 되는 것은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약 2주 앞두고 불거졌다는 점입니다. 그간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해온 윤 정부는 이번 보안 사고로 양국 간의 신뢰는 물론, 양국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국내 여론이 악화할 경우, 12년 만의 국빈 방미의 의미가 퇴색되고 한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명백한 주권 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실의 '졸속 용산 이전' 때문이라는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민주당 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 급하게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여당은 이번 도청 의혹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이 불거지게 되면 누가 이익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3 국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당 유승민 전 의원은 SNS를 통해 "동맹국 사이에 도청, 감청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NYT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병주 국방위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정보위, 외통위원들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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