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로 출범한 김기현호가 지지율 하락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출범 약 한 달 만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대표 체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인데요.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 등을 놓고 당정 간 정책 혼선은 물론, 김재원 최고위원 등 잇단 실언에 리더십마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민심과 대통령 사이를 적절히 속도 조절해야 할 집권여당 대표가 대통령실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당내 갈등도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쇄신책마저 안보이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 지도부를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출범 후 당 지지율 추락…리더십 시험대
5일 본지가 정기여론조사를 발표하는 3곳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김기현호 출범 이후 한 달간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대 5%대까지 빠졌습니다.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7일~31일 실시한 여론조사 정당별 지지율(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을 보면 국민의힘은 37.1%로 집계됐습니다. 김기현호가 출범한 3월2주차(6~10일 조사) 지지율 41.5%와 비교하면 4.4%포인트나 떨어졌는데요.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3%입니다. 3월2주차(8~9일 조사) 38%와 비교하면 무려 5%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7~2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이상 31일 공표·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역시 국민의힘 지지율은 37.4%로, 3월 2주차(6~8일,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포인트) 42.7%와 비교하면 5.3%포인트 급락했습니다.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잇단 악재에 위기론 고조…내년 총선 악영향 우려도
김기현호가 출범과 함께 지지율 늪에 빠진 것은 새 지도부가 친윤(친윤석열)계 일색으로 꾸려졌다는 비판과 함께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 등이 이유로 꼽힙니다. 여기에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발언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로 대표되는 극우 문제까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민심이 보수정당에 등을 돌리기 가장 쉬운 주제가 잇따라 터진 것이지요.
잇따른 당 지지율 하락세에 당 안팎에서는 새 지도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실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통상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컨벤션 효과로 당 지지율이 급등하는데 우리 당은 거꾸로 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지 분석하고는 있습니까"라며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습니까"라고 김 대표의 리더십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김재원 최고위원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데도 김 대표가 '선 긋기'를 못하자 당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처음에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신속하고 강도 높은 조치를 했다면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었을 것 아닌가"라며 "지도부는 당의 전체적인 이미지나 지지율 같은 큰 그림을 보고 독해져야 한다. 김기현 대표에게 공식적으로도 더 말씀을 드린다면 대표로서는 강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당 쇄신을 위해 이렇다 할 쇄신책이나 비전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지율을 더 깎아 먹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치근 제주 4·3 추념식 불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를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리더십 부재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불참은) 굉장히 아쉬운 결정"이라며 "제주도민들께서 '제주 4·3에 대해 우리 정부여당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갖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지율 반등을 위해 적극적인 민생 행보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인 청년층 표심을 되찾기 위해 청년들과 '천원의 아침밥'을 먹으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를 약속했는가 하면, 주요 여러 현안에 대해 연속적으로 당정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정책 행보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되는 당내 갈등에 민생 행보도 가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일단 내부 단속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장 내년 총선이 1년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도부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인 것이지요. 출범 한 달째, 벌써부터 위기론이 제기되는 김 대표 체제가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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