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주요 상장 건설사들이 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내정자를 공개했습니다. 남성 직원이 월등히 많은 건설사에서 여성 사외이사 후보들이 눈에 띄는데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최진희 고려대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최 교수는 고려대에서 마케팅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2021년 정교수로 부임했습니다. 마케팅 분야 전문성과 경험을 토대로 최 교수가 소비자 접점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입니다.
최 교수 선임이 결정되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첫 여성 사외이사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상장 건설사 모두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게 됩니다.
대우건설은 오는 28일 정기주총을 열고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입니다.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위원, 한국세무학회 이사 등을 역임한 안 부교수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대우건설은 첫 여성 사외이사로 임선숙 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를 영입했으나,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바 있습니다. 후임으로 지난해 12월 이영희 법무법인 바른 대표 변호사를 새로 영입했습니다.
'여성 이사 할당제'가 불러온 여풍
지난해 8월부터 본격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65조20항에 따라 건설사들의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가 활발해졌는데요. 이 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인 경우 이사회 구성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남성 이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이른바 '여성 이사 할당제'로도 불리죠.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제니스 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습니다. 제니스 리 이사는 국내 중장비업계 최초 여성임원, 통신업계 첫 여성 CFO(최고재무책임자)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인물입니다. 오는 17일 주총에서 재선임될 예정입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등도 첫 여성 사외이사를 잇따라 선임했습니다. 지난 2021년 현대건설은 조혜경 한성대 IT융합공학부 교수를, GS건설은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습니다.
지난해 3월 HDC현대산업개발 주주들이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지난해 건설사에 사외이사 여풍이 거세게 불었는데요. 건설업과는 거리가 먼 분야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DL이앤씨는 심리학, 인지과학,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인 신수진 한국외대 초빙교수를, 아이에스동서는 성악가인 강혜정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었죠.
이밖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선임했으며, HJ중공업은 2년 전 사외이사로 영입한 최선임 서울종합예술대 패션예술학부 교수를 오는 24일 주총에서 재선임할 예정입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여성 인력 풀이 거의 없어 건설업을 영위한 여성 이사가 드문 것은 사실"이라며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도 있으나, 남성 중심적인 건설업계에 변화가 일며 과도기 과정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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