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그동안 분양가를 누르던 규제들이 사라지면서 분양가 인상이 예고됩니다. 주택사업자들은 자잿값 인상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분양시장 한파에 고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지난 5일부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해제됐는데요. 기존에는 서울 309개동과 경기 과천·하남·광명시 13개동에 적용된 바 있습니다.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해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지역'도 강남3구와 용산구만 남게 됐습니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보증을 신청하는 사업장의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하는데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비롯해 고분양가 확산이 우려되는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선정합니다.
분양가 통제 장치가 사라지면서 주택사업자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가를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하거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금리도 상승했고,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도 크게 올랐다"며 "시행사의 경우 이참에 수익성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관람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분양가에 좌지우지…이윤 생각하면 '난감'
하지만 분양가를 마냥 올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높은 대출 이자 부담과 집값 하락세로 분양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와 같이 서울 상급지 분양 단지도 계약률을 걱정하는 판국입니다.
청약접수 0건인 곳도 등장했습니다. 전남 함평군 일대에 들어서는 232가구 규모 아파트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의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에서 단 한 개의 통장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2순위 기타지역에서 3건의 접수가 이뤄졌을 뿐입니다.
수요자들의 분양가 민감도가 커진 데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분양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연 3.25%인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정부가 1.3 대책을 통해 분양시장 규제를 대폭 풀었지만 매수세 회복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이에 분양가를 올렸다 미분양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업계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분양 결과를 보면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쪽은 잘 됐다"며 "혹시라도 안 팔릴까봐 분양가를 올리긴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공사비가 오르는데 이윤은 남겨야 하니 난감하다"는 반응입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미분양으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이는 시장 위축과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불러올 것"이라며 "건설경기는 고금리와 글로벌 경제 위기 등 대외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규제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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