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내 주택시장이 불경기를 맞으면서 해외건설이 돌파구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특히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주 증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연초부터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580건의 건설사업을 수주하면서 총 309억8000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습니다.
수주액은 전년 대비 1.3% 늘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2020년 351억 달러 △2021년 306억 달러를 수주함에 따라 최근 3년 연속 300억 달러 이상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2010년 716억 달러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2016년 282억 달러로 크게 줄어든 이후 안정세를 보인 것입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해외사업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인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027가구로 증가세를 보였고, 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은 악화되는 실정입니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주택사업에 치중했던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출구전략으로 찾고 있습니다.
정부도 해외건설 지원을 재차 약속했는데요. 오는 2027년까지 해외건설 수주 연 5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꾸리기도 했습니다. 올해 정부가 설정한 수주 목표액은 350억 달러 이상입니다.
산유국 발주 확대…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주목
해외건설이 대안으로 떠오른 데는 중동시장에 대한 기대감 영향도 큽니다. 네옴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으로 일부 건설기업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는 '2022년 해외건설 수주실적 분석'을 통해 "올해 중동 건설시장은 전년 대비 16.9% 고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며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산유국들의 재정 여력이 강화되고, 일부 국가에서 지연됐던 프로젝트들이 발주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재정 상태가 개선된 산유국의 사업 발주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업의 실질적인 수주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주요 건설사의 해외수주 증가가 예상되는데요. 특히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사우디 아미랄 PKG 1·4, 포스페이트, 카타르 석유화학 등에서 수주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옥사곤 항만 등 네옴시티 관련 추가 수주 가능성과 아람코와의 NEC(National EPC Champion) 협약에 근거한 수의계약, 입찰 인센티브 등의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신규 수주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추정된다"며 "FEED(기본설계)를 수행 중인 프로젝트 7건의 EPC(설계·조달·시공) 본입찰이 올해 예정돼 있어 신규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두 건설사는 지난해 수주 상위 5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전체 수주액의 17.4%(53억8200만 달러)를 차지한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엔지니어링이 12.9%(39억8400만 달러)의 비중으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다음으로 현대엔지니어링 11%(33억9600만 달러), 현대건설 8.7%(26억9500만 달러), 롯데건설 5.7%(17억69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건설사들은 해외사업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2010년대 무분별한 해외사업 수주로 여러 건설사들이 손실을 입었던 경험을 되새겨 선별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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