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건설업계에 거센 한파가 불고 있다. 지난해 연이은 규제 완화에도 주택 매수심리는 곤두박질치며 올해 매매가격 하락이 예견된다. 미분양 증가 공포에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까지 덮치면서 국내 건설경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조사에 따르면 이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 전망치는 56.0으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50선에 머물렀다.
CBSI가 기준선 100 아래로 내려가면 건설경기를 안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최근 건설업 체감경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지난달 CBSI는 54.3을 기록했다. 12월 수치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 12월(37.3)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건설업계 냉기도 확산됐다.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며 미분양 주택은 빠르게 쌓였고, 구축시장도 거래절벽에 시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집계된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027가구에 달한다. 같은 해 1월 말 2만1727가구에서 10개월 동안 2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0.2로,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정부가 지난 3일 규제지역 해제, 전매제한 기간 축소, 실거주 의무 폐지 등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둡다.
건산연은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 2.5% 하락을 전망했다. 건산연은 "절대적 주택가격 수준이 높고, 고금리가 한동안 이어질 예정"이라며 "이는 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시장 경색은 건설업을 더욱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는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건설업 특성상 자금이 원활히 돌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경기 위축으로 인한 투자심리 감소는 건설사들의 수익성 하락을 불러올 전망이다.
건설사업 수주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SOC 예산은 지난해 28조원에서 10.7% 감소한 25조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공공부문 수주 감소가 점쳐진다. 민간부문 수주 또한 전년보다 총액이 9% 감소할 것으로 건산연은 관측했다.
따라서 건산연은△유동성 △안전관리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올해 중요 경영 전략으로 꼽았다. 수익성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유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커진 안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 부문에 치중된 사업 비중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지난 몇 년간 건설사들은 수익성 높은 주택사업에 매진해왔으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