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급변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집값 상승기를 마감하고 하락장을 맞게 됐다.
부동산 관련 제도도 시장 상황에 맞춰 느슨해졌다. 수요 증가를 견인하기 위해 꽉 조였던 규제는 풀리고 세부담은 완화됐다. 지난해 과도기를 거쳐 올해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를 부동산R114와 함께 정리했다.
먼저 청약에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다.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청약 문턱을 낮춘 것이 핵심이다. 또한 수요자 요구에 따라 청약 가점제와 추첨제 비율을 조정했다.
무순위 청약의 거주지역 요건이 폐지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이 가능했지만 이제 무주택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예비당첨자 명단 파기 기한을 본청약 60일 후에서 180일 후로 연장하고, 예비당첨자 수는 가구 수의 500%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민간아파트 청약을 계획하고 있다면 면적별 청약가점제 비율을 잘 확인해야 한다.
그간 규제지역 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면적의 가점제 비율이 높아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청년층은 청약당첨에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청년층 수요가 높은 면적에서는 추첨제 비율을 올리고, 중장년 수요가 많은 대형 면적은 가점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 기간에 있다.
특히 가점제 비율이 100%였던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85㎡ 이하에 추첨제가 도입된다. 정리하면 규제지역 내 △전용 60㎡ 이하는 '가점 40%+추첨 60%' △전용 60㎡ 초과~85㎡ 이하는 '가점 70%+추첨 30%'를 적용한다.
전용 85㎡ 초과 대형 면적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가점 50%+추첨 50%'에서 '가점 80%+추첨 20%'로, 조정대상지역에서는 '가점 30%+추첨 70%'에서 '가점 50%+추첨 50%'로 조정된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전용 85㎡ 이하 '가점 40%+추첨 60%' △전용 85㎡ 초과 '추첨 100%'로 종전과 동일하다.
미혼 청년에게도 청약 기회가 제공될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분양 50만호 공급계획'의 공공분양 3가지 모델 중 나눔형(시세 80% 이하 분양가+시세차익 70% 보장)과 선택형(임대 후 분양)에 미혼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이 신설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63아트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세제에서도 변화가 많다. 이달부터 부동산 취득세의 과세표준이 실거래가로 변경된다. 당초 신고가액이나 시가표준액 중 더 높은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았으나, 개인이 유상으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건물을 신축해 취득할 경우 실제 취득한 가액에 따라 취득세를 납부한다.
증여로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이때 취득세는 '시가인정액'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시가인정액은 취득일 전 6개월부터 취득일 후 3개월 사이의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공매가격 등을 시가로 보는 것을 말한다. 이전에는 시가보다 비교적 낮은 개별공시가격 등 시가표준액을 적용했다. 증여 시 취득세 과세표준도 실거래가 수준으로 상향된 것이다.
반면 생애 첫 주택구입자는 취득세 부담을 덜게 됐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는 200만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를 면제받는다. 이는 지난해 6월 21일 취득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3개월 내 미입주 시 취득세 감면분을 추징했으나, 임대차 권리관계에 따른 입주 지연을 입증하면 추징 대상에서 제외된다.
오는 6월부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낮아질 전망이다.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상향돼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이 9억원 이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1가구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된다.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은 없어진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1.2~6.0%의 중과세율이 아닌 0.5~2.7%의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과세표준 12억원이 넘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중과세율이 적용되지만 최고세율은 현행 6%에서 5%로 낮아진다.
과도한 종부세 세부담 방지를 위한 상한율은 주택 수에 관계없이 150%로 일원화된다.
대출에서는 일부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대출 한도를 어느 정도 풀고, 상환 부분에 있어서도 경제 상황을 감안한 조치가 실행되기 때문이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됐던 별도의 대출한도를 없애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내에서만 대출을 관리한다.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주담대도 허용되며,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임차보증금 반환 대출 보증한도는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난다.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 대상은 확대된다. 채무조정 제도는 실직, 폐업, 질병 등의 사유로 대출 상환이 어려워진 6억원 이하 주택 차주에게 원금 상환을 최대 3년간 유예해주는 것이다. 이를 고금리와 매출액 급감으로 상환 부담이 늘어난 경우도 포함하도록 했다.
기존 보금자리론보다 주택가격과 소득 요건을 완화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다. 9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연 4%대 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임대차 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세입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강화된다.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는 별다른 동의 없이 임대인의 미납 조세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임차개시일 전 세입자가 계약서를 지참해 세무서장 등에게 열람 신청을 하면 임대인의 세금 체납내역을 볼 수 있고, 이는 임대인에게 통보된다.
세 들어 사는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갈 시 임차보증금을 당해세보다 우선 변제하도록 했다. 통상 전셋집이 경·공매로 팔리면 세금이 먼저 변제되고 남은 금액을 전세금으로 돌려줬다. 앞으로 세입자의 확정일자 이후 법정기일이 도래하는 세금이 있어도 보증금을 먼저 변제하도록 '국세 우선변제 원칙'에 예외를 적용한다. 다만 저당권 등 다른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는 5월 31일 주택임대차 신고제 계도기간이 종료된다. 6월부터 전월세 계약 내용을 계약일 30일 이내에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거짓 신고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밖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된다. 안전진단 평가 중 구조안전 항목 가중치를 50%에서 30%로 줄이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비중을 30%로 높였다. 평가항목별 합산 점수가 30점에서 55점 이하면 '조건부재건축'으로 구분됐으나, 이를 45점에서 55점으로 조정해 45점 이하면 바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