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팀이 은밀히 움직였다"…삼성생명법 막은 그들만의 로비
"전방위 무차별적 로비…고위 임원이 학연지연 동원"
2022-12-22 16:15:37 2022-12-22 21:47:11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삼성의 은밀한 로비 방식…'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방아쇠로 불린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처음 세상에 나왔던 2014년.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국회였다. 국회가 침묵했다. 관련 논의 한번 없이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은 폐기됐다. 세상도 조용했다. 기사 한 줄 나올까 말까였다.
 
그 배경엔 "은밀한 삼성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22일 입을 모았다. 섭외, 업무, 대외협력, 전략홍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삼성의 대관 업무는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이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삼성의 고위 임원들은 학연, 지연을 통해 삼성생명법을 논의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에게 접근했다. 법안 통과도 아닌 논의 시작에 8년이 걸린 이유 중 하나는 '삼성의 전방위적 로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 깃발. (사진=뉴시스)
 
삼성생명법은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이 8년 전 첫 대표 발의했다. 홍종학·배기운·황주홍·민병두·이학영·추미애·박영선·김기준·김현·김기식·은수미(이상 민주당), 심상정·김제남(이상 정의당)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종걸 전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삼성에서 나를 찾아오면 바로 기사화되니 찾아오진 않은 것 같다"며 "당시 국회를 출입하는 삼성 직원이 꽤 됐다. 다른 그룹들은 한두 명인데 삼성만 '팀'으로 움직였다. 같은 재벌이라도 CJ랑은 차원이 달랐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법안 관련 "기사가 한 줄도 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며, 그 배경으로 삼성의 철저한 언론 관리를 지목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무위 관계자들은 "삼성의 반응이 대단했다", "삼성이 은밀하게 움직였다"고 기억했다. 한 관계자는 "삼성의 대관은 지연, 학연을 공략해 상무·전무·부사장·사장 차원에서 아주 은밀하게 이뤄진다.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업만 취득원가로 평가한다는 감독규정을)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법안이 튀어나와서 삼성이 빠르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삼성이 전방위 로비를 펼치자, 여의도 안팎에선 뒷말도 무성했다. 당시 삼성의 국회 대관 담당자는 온갖 연줄을 동원했으나 삼성생명법 발의를 막지 못해 좌천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는 그룹의 대관업무를 총괄한 장충기 당시 미래전략실 사장의 바로 아래 직급이었으며 고 이건희 회장이 총애하던 임원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영전한 상태다.
 
지금도 삼성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은 법안을 발의한 박용진·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피한 채 다른 정무위 소속 의원실 등 주변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정무위 관계자는 "(삼성생명법이 발의된 뒤) 틈나는 대로 와서 이야기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투자처 부재 등을 주로 말했다"며 "국회 예산이나 법안에 따라 사업 방향이 바뀌는 만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보좌관들이 만나는 건 막지 않지만 직접 만나진 않는다. 삼성에서 그냥 관행적으로 찾아와서 자기 변명만 늘어놓고 간다. 국회 보좌관 출신인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삼성의 대관 업무는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이라고 과거 삼성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삼성은 상무 이하 실무진이 아니라 최소한 전무 이상 고위급 임원이 국회로 매일 출근을 한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얻어서 각 상임위별로 마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다른 기업을 동등한 시각에서 보면 안 된다. 삼성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이 대관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재벌그룹 대관 업무 관계자는 "(대관 업무 관련) 10명 이상이 그룹 차원에서 움직이는 걸로 안다"며 "미래전략실 실무자들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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