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강남 대장주로 꼽히는 아파트들이 경매에서 잇따라 유찰되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주 입찰한 '아크로리버파크'와 '은마아파트'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몸값을 내린 채 다음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20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5㎡는 지난 13일 감정가 42억원으로 1회차 입찰을 진행했으나 유찰됐다.
아크로리버파크는 3.3㎡(평)당 1억원 시대를 열어 유명세를 탄 아파트로, 반포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유찰로 내년 1월 31일 감정가 대비 20% 내린 33억6000만원에 재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 상징인 은마아파트는 두 번째 경매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감정가 27억9000만원으로 경매에 부쳐졌지만 유찰된 뒤 지난 15일 최저가 22억3200만원으로 진행된 2회차 입찰에서도 낙찰에 실패했다.
은마아파트는 올해 10월 재건축 정비계획안 통과라는 호재에도 유찰을 피하지 못하면서, 감정가 대비 64%인 17억8560만원에 내년 2월 2일 3회차 입찰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3㎡는 감정가 40억원의 1회차 경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내년 1월 10일 32억원을 최저가로 2회차 입찰을 진행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이처럼 똘똘한 한 채로 평가받는 강남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급매 위주의 하락 거래 속출로 감정가가 시세 대비 높아진 데다 암울한 주택시장 전망에 경매 매수세가 줄었기 때문이다.
아파트값이 크게 꺾인 올 하반기 서울 전체 아파트 경매시장도 주춤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14.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매 진행 10건 중 1건 남짓 낙찰된 것이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은 83.6%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같은 달 강남구에서는 17건의 경매가 진행됐지만 1건만 낙찰돼 5.9%의 낙찰률을 보였다. 서초구는 12건 중 3건 낙찰로 25%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각각 100.7%, 69.6%로 차이를 보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아파트 매매시장의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경매시장 아파트 낙찰률과 낙찰가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한동안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경매시장에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우수한 입지의 강남 아파트를 노리는 수요는 꾸준하다는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상승장인 지난해에는 1회차 낙찰이 흔했지만 지금은 유찰되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유찰될수록 금액대 높은 강남 아파트 가격은 확 낮아지는 만큼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매물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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