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을 담은 법안이 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해를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벤처기업들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벤처기업이 투자자들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복수의결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시장이 얼어붙을수록 벤처에 실리는 힘도 줄어들어 복수의결권 도입이 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엘타워에서 열린 '벤처기업인의 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들은 복수의결권 도입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벤처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에는 더 많은 부담이 따를 수 있어, 올해 안에 벤처복수의결권 통과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한 벤처 관련 기관장은 "벤처 복수의결권은 창업자들을 위한 법인데 지금은 창업자가 투자자들에 밀리는 시대"라며 "일년 전에 비하면 돈 값은 올랐고 창업자들은 쪼그라 들어 힘이 밀리는 상황인데 어떻게 창업자에게 좋은 정책이 빠르게 실현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지금이야말로 복수의결권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 업계의 아쉬움은 더욱 클 전망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복수의결권이 보장된다면 벤처들이 지분 요구를 많이 할 때 창업자들이 겁먹지 않고 비교적 쉽게 투자 유치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자들의 횡포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벤처기업에 조금 더 능동성은 부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벤처기업이 장기 전략을 갖고 일관성있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복수의결권도 7년 기한을 두는 등 장치를 통해서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초기 벤처기업은 여러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투자사의 과도한 지분율 요구로 투자를 받을지 고민에 빠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벤처 시장에서 자금이 경색되면서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의 높은 지분율 요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 복수의결권은 창업자에게 일반 주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식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창업자가 의결권을 많이 갖게 돼 창업자의 의지대로 사업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벤처 복수의결권 관련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은 아직도 넘지 못하고 있다. 부작용을 우려한 이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6일 열린 벤처기업협회의 '벤처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솔직히 말하면 연내 통과 확률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올해 안에 반드시 벤처 복수의결권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국회서 계류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올해 처리될 수 있도록 각별히 부탁 말씀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