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시한 '차기 당대표 조건(수도권 민심 반영, MZ세대 지지, 안정적 공천)'이 여권의 권력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주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 후 현재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해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까지 전당대회 한복판에 소환됐다. 여의도 핵폭탄으로 재등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차출설이 대표적이다. 여권 권력구도 재편이 고차 방정식으로 격상한 셈이다.
향후 여권발 권력구도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세력화 여부 △전당대회의 세대별·지역별 구도 △22대 총선 물갈이 등에 따라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전당대회 향방은 '윤심'에 좌우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한때 주춤했던 '윤핵관'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원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6일 주 원내대표에게 또다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며 영향력 행사에 나섰다. 장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산 통과 문제도 그렇고 국회 운영에 얼마나 많은 현안이 있나"라며 "(주 원내대표가) 그런 인물평을 할 때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에서 인물을 키워야지 (왜 원내대표가) 스스로 인물이 없다고 당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서 차기 지도부 선출에 찬물을 끼얹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지난 8월 이선 후퇴했던 장 의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초.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을 나눈 김은혜·강승규 대통령실 수석을 퇴장시킨 것과 관련해 운영위원장인 주 원내대표를 공개 저격하면서다. 이에 당내 친윤(친윤석열) 대 비(비윤석열) 갈등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엔 권성동, 이철규, 윤한홍 의원과 함께 여당 지도부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먼저 만찬 회동을 갖으며 윤핵관의 건제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갈등을 빚었던 권 의원과 한 자리에 모여 단일대오 준비를 마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계파 지적을 의식한 듯 친윤계 구심점으로 평가받는 당내 최대 공부모임 '국민공감'엔 장제원, 권성동, 윤한홍 의원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다만 장 의원과 권 의원은 7일 '국민공감' 출범식엔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장제원 의원 등 여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차기 전당대회 앞둔 여권의 세력 재편이다. 주 원내대표의 당대표 세 가지 조건 이후 당권주자들은 세대와 지역을 고리로 이합집산하는 모양새다. PK(부산·울산·경남) 주자들은 주 원내대표의 '수도권 대표론'에 즉각 반발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회동,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 등으로 체급을 키우던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지역주의 편승"이라고 반발했다.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 역시 TBS라디오에서 "편 가르기"라고 비판했다.
반면 수도권 주자들은 환영의 뜻을 보였다. 중도 확장을 강조하며 당권 도전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은 청년세대의 금리부담 완화책을 발표하며 존재감 과시에 나섰다. 평소 수도권 민심을 앞세우던 윤상현 의원도(인천 미추홀구을)도 주 원내대표를 옹호했다. 차기 전당대회 구도가 '수도권 대 영남'으로 한층 뚜렷해진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역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기현·조경태 의원은 특정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는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의원은 중도 확장성 대표 주자지만 대선 주자란 점이 걸림돌이다. 당헌·당규상 당권·대권 분리조항의 영향은 받진 않지만 공천 관련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들 틈새를 파고든 것은 한 장관이다. 원조 윤핵관인 그는 현 내각에서 유일한 40대 장관이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며 MZ세대의 핵심 가치인 '공정' 이미지를 확보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맞서며 '보수 전사' 이미지도 챙겼다. 최근 이태원 참사를 '사고'라던 정부여당과 달리 '대형참사'라고 언급하며 여론과 발맞추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 장관만큼 실력 있고 이미지 좋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수도권과 MZ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당권주자로 부상했을 땐 2024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가 예상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수도권 121석 중 16석만 차지한 만큼,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 역시 불안하다는 판단에서다.
차기 총선의 성공 요건으로 '잡음 없는 공천'을 꼽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주 원내대표도 지난 3일 차기 당대표 세 가지 조건을 언급하며 강조한 부분도 '잡음 없는 공천'이다.그는 "당대표 조건이면서 총선 성공의 조건이, 얼마나 공천을 잡음 없이 할 것이며, 대통령의 정치 욕구를 얼마나 민심에 어긋나지 않게 수용할 거냐, 그 가운데 얼마나 혁신 공천을 할 거냐"며 "일견 충돌되고 모순되는 것 같은 세 가지를 누가 시끄럽지 않게 조화롭게 할 거냐가 공천 승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의 차출설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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