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수도권 규제지역 해제 이후 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처분을 서두르던 집주인들의 관망세 전환으로 읽히는데, 향후 매물 재출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 10일 5만7370건에서 이날 5만5913건으로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은 11만7792건에서 11만4196건으로 3.1%, 인천은 2만7054건에서 2만6597건으로 1.7% 줄었다.
시군구별 매물 감소율을 보면 서울에서는 도봉구와 노원구가 각각 -5.6%, -4.8%를 보여 1, 2위를 차지했다. 경기도에서는 광명시가 -5.7%로 연천군과 동두천시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추가 규제지역 해제 기대가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유주택자들은 집을 긴급하게 처분하기 보다 시장을 좀 더 관망하면서 대응하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서울과 경기 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구, 하남을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을 14일부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말 수도권 외곽의 일부 조정대상지역과 인천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한 뒤 불과 40여일 만에 다시 내놓은 대책이다.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밀집 상가.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크게 꺾인 매수세를 살리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다. 이에 서울 노원·강북·도봉구 등 강북 일대와 나머지 수도권 지역까지 비규제지역 조정 예상지로 꼽히고 있다.
급격한 주택시장 위축에 정부가 규제 완화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매도인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기류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지 혹은 매물 재출현 현상이 나타날진 의견이 분분하다.
서 대표는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으로 빠른 주택 처분을 원했던 매도인들이 규제지역 해제로 숨통을 트이게 됐다"면서 "일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이나 대출 규모가 큰 경우를 제외하고는 급할 게 없어진 만큼 한동안 매물을 내놓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요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매물 감소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면서 수요자들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도인들이 시장 동향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매물을 거뒀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놓을 것"이라며 "이전에 정비사업 활성화 등 규제 완화책이 나왔을 때도 일시적인 매물 증감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물량 보다 매물 감소 지속 기간이 더 중요하다"면서 "매물 감소세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유의미한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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