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급격한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집값 하락 기간과 그 폭을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이 내년 하반기 이후를 '내 집 마련'의 적기로 꼽았다.
2일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 2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8명은 내년 하반기, 6명은 오는 2024년을 내 집 마련에 적합한 시기라고 답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주택 시장의 바닥을 다진 내년 이후가 적합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시장이 적응하는 시점까지 가격 하방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은 시장 움직임을 주시하다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매수 시점을 고려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전문가 3명은 내년 상반기를 적합한 시기로 봤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5월 전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일하게 올해를 택한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추가 대책 등 상황에 따라 내년 상반기 집값은 올해 하반기보다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 20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자료=뉴스토마토)
집값 하락폭 기준 매수 타이밍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고점 대비 10% 이상 집값이 떨어졌을 때 사는 것을 추천했다.
가장 많은 8명의 전문가들이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할 경우를 적절한 매수 타이밍으로 봤으며, 7명은 10~20% 구간을, 4명은 20~30% 구간을 선택해 차이를 보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가급적이면 집값이 고점 대비 30% 이상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면서도 "자가 마련이 꼭 필요한 수요자라면 너무 기다리지 말고 20~30% 수준의 낙폭에서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 20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자료=뉴스토마토)
주택 구매 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수요자의 자금 여력'(10명)과 △'거시경제 상황 및 주택시장 환경'(8명)으로 나타났다. 다음 △'교통·학군·편의시설 등 입지 여건'(2명)이 뒤를 이었다.
경기 침체 여파가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고, 수요자의 이자 부담을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정민 포애드원 본부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은 미국발 금융위기 등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됐고, 일반경기와 비슷한 사이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됨에 따라 무리한 대출로 집 장만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기존 주택을 팔고 좀 더 큰 평수나 신축 아파트로 갈아타거나, 전세금을 빼서 매매하는 등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은 자금 조달과 이자 부담 역량이 집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인"이라며 "무주택자라면 자금 여력이 관련이고, 유주택자의 경우 갈아타기나 추가 구매수요로 정부 정책 기조가 중요해진다"고 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또한 전문가들은 주거 안정에 중점을 둔 내 집 마련을 강조했다. 자가 보유 이유를 묻는 질문에 15명이 '주거 안정 및 삶의 질 향상 도모'를 택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만 5명은 '시세 상승 가능성'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실수요자 또한 시세 상승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거가치와 투자가치를 동시에 갖춘 '가성비 높은' 매물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하락장이 내 집 마련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주택 구입을 계획하고 있다면 부담 가능한 적정 가격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세를 살피다 적정 가격대라고 판단한 매물이 나오면 향후 등락에 따른 손해를 따지기 보다 매수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며 "추격 매수를 하거나 매수 시기를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 설문조사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 20인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고 교수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정민 포애드원 본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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