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유정·이선재 인턴기자] '5월 장미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여권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다만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여권의 관건은 역시 '내란 피고인' 윤석열씨와의 결별일 수밖에 없는데요. 중도층 민심에서 외면받고 있는 국민의힘이 향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윤씨에 대한 엄호를 중단하고 반성 모드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선거 구도를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로 좁히기 위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단일화도 대선 승리를 위한 여권의 필요조건으로 언급됩니다.
국민의힘, '윤석열과 결별' 불가피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윤씨 탄핵을 인용하면 그동안 탄핵 반대에 앞장서왔던 국민의힘 내부 기류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동안 헌재에 날을 세워왔던 국민의힘은 이날 들어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헌재의 탄핵 선고 결정에 대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라며 그동안 헌재의 절차적 공정성을 비판하던 입장에서 선회했습니다. 같은 당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헌재에 대한 언급을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탄핵 반대 집회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보수성향의 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이 3·1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하는 '국민대회'에 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로는 심상찮은 중도층 민심이 꼽힙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중도 민심은 '탄핵 찬성'으로 기울었습니다. 이날 공표된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2월20~21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중도 응답자 중 60%가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지난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2월18~20일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전화면접조사)에서도 중도층 응답자 중 69%가 윤씨 탄핵에 찬성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도층 민심이 탄핵 찬성으로 기움에 따라 여권 유력 주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습니다.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성난 지지자들을 달래는 동시에 중도층에게 소구할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력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도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저는 대한민국의 가장 밑바닥, 청계천 미싱 보조로부터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중도층 확장 전략을 모색하는 중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어떤 결정이든 나는 승복하겠다(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방송에서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최소한 대통령이 양심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권 승패, '이준석 단일화'에 달렸다
여권 입장에선 이준석 의원과의 단일화 여부가 선거구도의 최대 변수로 꼽힙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독자 대선 후보를 내더라도 막판엔 민주당과의 범진보 진영 단일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범보수 진영의 경우 분열 시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범보수 진영이 연대 또는 후보 단일화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민주당 후보 대 국민의힘 후보 대 이준석 의원의 3자 대결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아깝게 패배할 경우 이 의원에게 부담이 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으로선 대선 막판까지 단일화를 저울질할 가능성도 큽니다.
특히 이 의원은 민주당 등 야 5당이 참여한 야권·시민사회 연대체인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에도 불참했는데요. 국민의힘과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 의원이 단일화를 선언할 경우, 범보수 대 범진보 진영 후보의 양자 구도가 가능합니다. 범보수 진영으로선 양자 구도일 때 그나마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대결에서 승산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사법리스크 공세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선 다자 구도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대선 결과는 문재인 전 대통령(민주당 후보) 41.08%를 득표하며 압승을 거뒀는데요. 다만 당시 '반문재인'을 외친 범보수 진영 후보들의 득표율(홍준표 24.03%·안철수 21.41%·유승민 6.76%)을 합산하면 52.20%였습니다. 반면 범진보 진영 후보의 득표율 합산(문재인 41.08%·심상정 6.17%)은 47.25%였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호남 표를 감안해도 상당히 팽팽한 접전을 이룰 수 있었던 구도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김유정·이선재 인턴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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