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인턴기자] 현대자동차·기아와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로봇 전용 배터리에도 협력하면서 양사의 ‘배터리 공조’가 탄력을 받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간의 ‘배터리 회동’ 이후 양사가 배터리 협력이 강화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경기도 의왕시 소재 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 삼성SDI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배터리 형태를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출력과 사용 시간을 대폭 늘린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양사는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 간 단독 회동 이후 배터리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앞서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깜짝 만남을 가졌습니다. 정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이 회장과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 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두 총수의 만남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총수가 사업 목적으로 만난 것이 처음인 데다 정 회장이 이전까지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사례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어 두 달 뒤인 같은 해 7월 이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남양연구소를 답방해 정 회장으로부터 차세대 친환경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후 전기차, 자율주행차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다각도 협력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현대차와 삼성SDI는 두 총수의 회동 이후 배터리 관련 기술 교류와 선행과제 수행 등을 통해 파트너십을 키웠습니다. 2021년 전기차 배터리 협력에 돌입한 양사는 2023년 10월 첫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시작했습니다.
계약에 따라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탑재될 P6(6세대 각형 배터리)를 헝가리 생산법인에서 생산해 공급할 예정입니다.
두 총수 간 회동 이후 삼성과 현대차는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모빌리티 전반에서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23년 6월에는 삼성전자가 현대차의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서 2021년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가 들어간 카메라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의 디지털 사이드미러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한 데 이어 제네시스에 들어갈 OLED 디스플레이를 수주한 바 있습니다.
이 회장은 취임 2주년인 지난해 10월 2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찾아 정 회장,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을 나란히 만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로봇 배터리 공동 개발 협력이 양사 모두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로봇 분야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로봇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사내 로보틱스랩을 설립한 데 이어 정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2021년 세계적인 로봇 전문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체 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를 처음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양사는 로봇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공동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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