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지난해 재계에서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또다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지면서 ‘책임경영
’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 전문가들은 등기이사 복귀에서 나아가 삼성전자의 각 사업부문을 독립회사로 만들어 각자 독립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책임경영의 시작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시스)
19일 삼성전자는 전날 이사회를 통해 내달 19일 정기 주주총회 개최를 개최하고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상정하겠다고 결의했습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사내이사로, 이혁재 서울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내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등기이사에 다시 복귀할 것으로 점쳤지만, 검찰이 상고를 결정하면서 결국 불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사법리스크가 계속해 이어지면서 이 회장이 공식 직함을 맡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받은 점은 그간 이 회장이 강조해 온 ‘책임경영’ 의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합니다.
책임경영을 위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은 내부에서도 나왔습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준감위 정례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등기이사 복귀를 통한 책임경영을 조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 나오는 삼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삼성 사외이사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로 구성돼 있는데 그런 분들과 자주 소통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전면에 나서 지휘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들이 있기에 등기이사 복귀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등기이사 복귀는 책임경영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고질적 문제로 꼽혀 온 책임경영을 이뤄내기 위해선, 먼저 근본적인 ‘독립 경영’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현재 삼성전자 구조상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더라도 사업부의 독립성이 없으면 이 회장의 권한만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바뀌려면 사업부문을 독립회사로 만들어 독립 경영을 해야 한다”며 “총수 일가의 이해상 충돌이 없게 독립된 회사로 자기들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요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성장 경영이 아니라 각 이사회가 책임지는 독립 경영,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현재 한 회사에 여러 회사가 나누어서 출자하는 복잡한 식의 소유 구조가 더욱 단순화 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 회장의 책임경영이 미뤄지는 와중에 국회에선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시 발의됐습니다. 해당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보유 한도를 3%로 제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 지분 19.34%를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 대주주(18.9%)로서 삼성전자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고객 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해준 보험업법상의 특혜를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자동 폐기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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