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지옥)②텅텅 빈 상가 줄줄이…김포 라베니체의 눈물
상가 월세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 폭락…“그래도 입주 문의 없어”
경기도 신도시 상가 공실률 급등…“주거시설 전환 등 적극 검토해야”
2025-07-24 15:58:57 2025-07-24 18:22:58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김포 한강신도시에 위치한 상업지구 ‘라베니체’는 수변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알록달록한 외관의 상가들이 한때 ‘경기 남부의 베네치아’를 표방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4일 정오 무렵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았을 때는 상가 거리 대부분이 조용했고, 영업 중인 점포마저 손님이 거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와 베드타운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느껴지는 적막감이었습니다. 
 
100m만 걸어도 공실 6~7개…월세 크게 줄어도 문의 전화 없어
 
라베니체 인근 R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코로나 시기 이후 지속되는 경기침체, 그리고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며 “여기에 비슷한 업종끼리 경쟁하는 상권 중복 현상도 심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포 한강신도시 라베니체 공실 상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왕복 1.7km 수변을 따라 조성된 라베니체 상권은 다양한 가게들이 입점해 있었지만, 최근 경기침체 여파를 반영하듯 100여m만 걸어도 5~6개의 공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갈수록 늘어가는 공실에 라베니체 주요 상가 임대료도 크게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R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라베니체 1층 상가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는 120~150만원 수준이다. 상권이 활성화됐던 2018~2019년에는 월세가 300만원을 훌쩍 넘었는데, 지금은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그동안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월세가 유지됐어야 하는데, 상권 침체가 너무 심해 오히려 더 떨어졌다. 그런데도 투자 문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김포 한강신도시 라베니체 공실 상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인근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상권의 실질적인 문제를 전했습니다. 
 
A씨는 “밖에서는 한강신도시 인구가 15만명이나 되니 수요가 충분하지 않냐고 하지만, 대부분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이고 주변에 오피스가 거의 없다 보니 평일 점심시간엔 손님이 ‘제로’다”라며 “주말에는 경치 보러 오는 방문객이 좀 있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한 데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예전처럼 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주차 문제는 김포시가 나서서 어느 정도 해결을 했지만 라베니체랑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곳에 주차 공간이 있어 여전히 방문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공급 과다에 신도시 상가 공실 빠르게 증가…“도시계획 전반 검토 필요”
 
이러한 문제는 라베니체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기도 전체 신도시 지역에서 상가 공실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경기도 집합상가 공실률은 5.75%인데, 수도권 주요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 집합상가 공실률은 위험 수준인 1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최대 상업지구인 구래지구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1%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는 올해 1분기에는 14.4%에 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단순한 일시적 경기침체로만 보지 않고 있습니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는 “경기도 신도시의 경우 아파트 가구수 대비 상가 공급이 너무 많은 구조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온라인 소비 강화가 겹치면서 공실률이 급등한 것”이라며 “이미 공급된 상가는 물류창고나 주거형 오피스로 용도 변경을 검토하는 등 대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도 텅 빈 상가를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건축물의 탄력적 용도 전환 지원 방안 마련’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건축 기준을 완화해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오피스텔로 바꿨던 사례가 있던 만큼, 주차장 면적과 복도폭, 소방 시설 등 요건을 지킬 수 있다면 공실 상가를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겁니다. 
 
김포 한강신도시 상업지구 라베니체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다만 이 같은 대책만으로는 현실화된 수도권 상가 공실률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권강수 대표는 “전국적으로 신도시 개발에 따른 상가 공급은 계속되고 있고, 그에 따른 수요예측의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며 “신도시 특성상 초기에 아파트 공급이 집중되며 이에 맞춰 상업용 부동산도 동시다발적으로 공급되지만, 정작 고정 수요인 직장인이나 인근 유동 인구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도시 상가 공실률 증가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신도시 상업시설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라며 “단순한 투자 실패를 넘어 도시계획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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