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사하려면 결제부터?…경찰도 판결문 '유료열람', 예산낭비 우려
경찰도 비용 지불해야 조회…세금 들인 판결문?
법조계 "판결문, 공적 산출물…접근성 개선해야"
2026-01-13 17:22:19 2026-01-13 17:22:19
[뉴스토마토 송정은·신유미 기자] 국민 세금으로 생산된 판결문을 정작 수사 주체인 경찰조차 비용을 지불하고 확인해야 하는 걸로 드러났습니다. 열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과 절차적 번거로움이 수사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는 수사 실무의 제약은 물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나아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사법 데이터 활용 흐름과도 역행한다는 비판입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판결문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법원은 '대한민국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를 통해 확정된 민·형사·행정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9년에 해당 제도를 도입한 이후 공개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중입니다. 지금은 연간 선고되는 전체 판결 가운데 30% 수준의 확정 판결문이 서비스에 등록됐습니다. 열람 수수료는 1건당 1000원으로, 사건번호나 키워드를 입력하면 누구나 판결문을 검색·열람할 수 있습니다. 
 
"수사 위해 돈 주고 판결문 봐"…경찰서도 '불편 인식'
 
문제는 수사기관인 경찰도 판결문을 조회·열람하려면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일일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판결문을 확인하는 공식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사법정보공개포털과 형사사법포털(KICS·킥스)입니다. 킥스는 수사관이 직접 담당하거나 관여한 사건들의 공소장과 판결문을 확인하는 데 주로 쓰입니다. 하지만 내가 맡은 사건 외에 다른 유사한 사건의 판례를 폭넓게 검색하고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경찰 내부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모습. (사진=뉴시스)
 
이러다 보니 경찰은 수사 효율성과 편의성을 위해 민간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을 같이 쓰는 중입니다. 경찰은 지난 2023년 9월 법률 AI 스타트업인 엘박스(LBOX)를 경찰청 판결문 검색 서비스 공급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엘박스를 통해선 약 210만건의 판례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엘박스에 존재하지 않는 판결문의 경우 매번 법원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따로 찾아봐야 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합니다.
 
앞으로 엘박스 이용료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엘박스가 제공하는 기능에 대한 경찰 내부의 만족도가 높고 사용량까지 증가하자, 엘박스 측은 비용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엘박스 관계자는 "사용량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판결문 조회 비용은 민간 서비스 기준에서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판결문 접근성이 중요한 경찰 수사부서에선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서울 한 경찰서 수사과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킥스도 형사사법 전용이고, 거기서 넘버(사건번호)를 확인하더라도 결국은 법원 사이트에서 전문을 받아야 한다"며 "왜 수사기관인 경찰이 판결문을 검색하기 위해 개인이나 부서 단위로 비용을 부담하는지 의문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판결문이 공적 산출물이라는 점에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변호사는 "확정 판결문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 기록"이라며 "이미 생산 비용이 공적으로 지출된 만큼, 이를 다시 비용을 받아 열람하는 구조가 타당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