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건전성 악화 일로…조 단위 세금 수혈 ‘무용론’
"공적자금 투입 외 부실 털 방안 찾아야"
2025-06-18 14:19:05 2025-06-18 16:06:56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한국산업은행 자회사 KDB생명의 건전성 지표가 올 들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KDB생명은 1분기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미달에 더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대주주 산업은행이 수년간 국민 세금을 들여 조 단위 자본 수혈에 나섰지만, 재무구조 정상화에 실패했습니다. 
 
18일 KDB생명이 공시한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총자산은 17조8540억원, 총부채는 17조9888억원이며 자본총계는 -134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3년 말 3856억원이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613억원으로 급갑하더니 올 1분기 회계상 자본잠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2023년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로 보험계약을 시가로 평가하면서 할인율 현실화로 보험부채가 급증하고 시장 금리가 인하되면서 자본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1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OCI) 손실액은 1조35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46억원 이상 확대됐습니다. 
 
생명보험 업권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OCI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KDB생명은 중소형사 중에서도 OCI가 크게 떨어져 자본 마이너스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킥스 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밑돌았습니다. 1분기 말 킥스 비율은 경과 조치 적용 후 163.95%로 당국 권고치인 150%를 넘겼지만, 경과 조치 전의 수치는 40.60%로 건전성 문제 해소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제기됩니다. 경과 조치는 IFRS17 도입에 따른 한시적 적용에 불과하므로 실질적 자본 관리가 개선돼야 하는 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뒤따릅니다. 
 
건전성 악화에 자본잠식까지 겹치면서 부실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KDB생명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산업은행은 경영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KDB생명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전해졌습니다. 자본잠식 해소와 킥스 비율 유지를 위해 최소 1조원 이상은 필요하다던 시장 견해를 반영한 의사결정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재무구조 개선에 조 단위 세금이 투입해도 부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란 비판이 거셉니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2년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인수하고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출자 등으로 1조5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자금을 투입하며 재매각을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산업은행은 결국 지난 3월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관련 부실을 떠안게 됐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부실 금융사의 연명을 세금으로 도와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며 “단순 공적자금 투입 외에 부실을 털어낼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을 찾아 국민 세금의 추가적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KDB생명 사옥. (사진=KDB생명)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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