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화물사업부를 에어인천에 매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선 지난달 16일 아시아나가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한 지 40일 만입니다.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이관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인 가운데, 아시아나에서 에어인천으로 적을 옮겨야하는 인력 상당수가 이를 거부하고 있는 점은 숙제로 남았습니다.
25일 서울 강서구 오정로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은 25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화물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에어인천이 흡수합병하는 ‘분할합병계약’ 안건을 상정해, 99.93%의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매각대금은 4700억원으로 오는 6월9일까지 합병을 마무리짓는 일정입니다.
이번 결정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003490)과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매각을 요구한 데 따른 것입니다. 매각 안건이 승인되면서 화물기 등에 대한 이관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써 아시아나가 31년 동안 운영해 온 화물사업부는 중소 항공사 에어인천 품에 안기게 됐습니다. 아시아나는 1994년 11월 화물기 B747-400 1호기를 도입해 현재까지 총 11대(B747-400 10대, B767-300 1대)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매각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당장 아시아나에서 에어인천으로 회사를 옮겨야하는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 800명의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전적(적을 옮김)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화물조종사 약 260명 중 약 160명도 에어인천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속이 바꼈을 때, 임금 및 처우 등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등을 회사에 물었지만 회사에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며 전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날 주총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한 주주는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에게 “화물 소속 근로자들이 모의훈련 등의 교육이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에어인천행)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향후 회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답변해달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송 대표는 “주총 이후 담당자가 직접 답변을 드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즉답을 피한 뒤, 곧바로 의사봉을 세 차례 내리쳐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화물소속이 아닌 인사나 재무 등 일반직 직원들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도 화물소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에어인천행 '대상자'로 통보 받았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회사 행동이 사실상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물소속이 아닌 이들에게 개별 동의 없이 직을 바꾸는 회사의 행동은 ‘구조조정’으로 비칠 수 있고, 근로기준법 위반으로도 보인다”며 “가처분 신청시 인용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송 대표는 일반 직원들을 에어인천으로 보내는 것이 사실상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잘 준비하겠다”고만 답했습니다. 아시아나 관계자도 “직원 처우 및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회 진행 중이며,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지속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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