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인텔 이어 삼성전자 지분 인수 가능성
마이크론·TSMC…반도체 특별법 수혜 기업들
미중 첨단기술 패권 경쟁…‘영향력 확보’ 포석
“지분으로 미국 현지화에 쐐기 박겠다는 것”
2025-08-20 12:52:15 2025-08-20 14:12:46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미국 정부가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지분까지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거론된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마이크론입니다. 이들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막대한 지원금을 받기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 정부가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의 대중 수출에 ‘수출세’를 받는 등 기업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보도 반도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약속받고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의 지분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정부는 현재 반도체 기업 인텔에 1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데, 이를 다른 반도체 기업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거론된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마이크론으로, 지난해 말 바이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확정한 기업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47억5000만달러, TSMC 66억달러, 마이크론 62억달러를 최종 확정했으며, 보조금 대부분은 아직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날 보도에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이 예정된 만큼 지분 확보 논의가 정책화하면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지분을 받아내는 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논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트닉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은 ‘왜 1000억달러 가치의 기업에 돈(보조금)을 주나’, ‘미국 납세자에 어떤 이익이 있는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은 ‘돈에 대한 대가로 지분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전 정부는 어느 기업에 얼마씩 퍼줬는데, 우리는 안 그럴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특별히 새로운 기조가 생긴 건 아닐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삼성전자.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경쟁에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에 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 생산업체들의 대중 수출 시 수익의 15%를 받는 ‘수출세’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특히 국내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의 지분 인수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해외 기업들의 현지화를 추진해왔는데, 지분 참여 방식으로 가겠다는 건 아예 현지화의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라며 “첨단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 기업을 일종의 미국 그룹에 속하게끔 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뭐라 말하기에 이른 상황”이라며 “미 정부 차원에서 공식 입장이 나온 것도 아니라서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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