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일본까지 무역 장벽…K-철강 ‘사면초가’
철강 파생제품 407개에 ‘관세 폭탄’
한국산 철강에 '반덤핑 조사' 확대
2025-08-19 15:22:14 2025-08-19 16:06:51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산업의 쌀’로 불리며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철강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품목 관세율을 50%로 상향한 데 이어, 냉장고·세탁기·자동차 등 철강을 활용한 파생제품까지 관세 적용 범위를 전격 확대했습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워진 캐나다, 일본 등도 자국 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산 철강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K-철강이 사면초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무역투자실장 주재로 열린 ‘수출 동향 점검 회의’에서 1~7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0.8% 늘어난 3955억달러(549조389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수출은 소폭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철강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관세 불확실성 탓에 183억3000만달러(25조4622억원)로 5.6% 줄었습니다. 
 
올해 하반기 철강업의 전망은 더 어둡습니다. 전날 발효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품목 관세 50% 적용 때문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3월12일부터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품목 관세를 매겨 오다 지난 6월4일부터는 관세율을 50%로 상향했고,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407개 품목을 50% 관세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 것입니다. 관세 협상을 마친 후 나온 사실상의 미국발 2차 관세 폭격입니다. 
 
다음 달 미국이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 파생제품의 범위를 더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 연구단장은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철강의 품질이 좋지 않아 전체 소비 물량의 25~30%는 외국에서 어쩔 수 없이 수입해야 한다”며 “철강 수입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급등할 수 있고 이는 각종 기계, 자동차, 조선 등 연관 산업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국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캐나다는 한국산 유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해, 11월10일까지 예비 판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캐나다는 2015년에도 한국산 유정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한국이 캐나다 최대 강관 수입국으로 자리 잡은 만큼 최종 관세 부과가 확정될 경우 한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 약화와 주력 제품 시장 점유율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 정부도 최근 한국산 수입 강재에 대한 본격적인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습니다. 일본제철·고베제강소 등 일본 철강 대기업 4곳이 지난 4월 피해를 신고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김수동 연구단장은 “우리나라가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무역위원회에서 덤핑 조사를 하듯 캐나다와 일본 등도 철강 수입 물량을 억제해 자국 철강 기업들을 보호하려는 전략일 것”이라며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국가들이 제3의 국가나 시장의 수입을 막는 식의 자국 기업 보호 형태 움직임은 앞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습니다. 
 
한국 철강 기업들은 아세안,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제조업이 중심이 되는 국가들은 이미 중국이 저가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서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나 현대제철처럼 고로를 보유하지 못한 철강사들은 철강의 원재료를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설 등 내수 수요 침체로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수출마저 막혀 원료 수급과 판매의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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