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 운영하기로 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업계 1위인 롯데케미칼이 스스로 NCC 가동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민관이 추진해온 구조조정 정책이 가시화되는 첫 사례가 됐습니다. 대산발 결단은 여수·울산 등 다른 산업단지의 재편 작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110만t 규모 합병안, 공식 제출
26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에 참여하기 위해 산업통상부에 사업재편 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 8월 정부가 석화업계에 자율 구조조정을 요구한 이후 나온 첫 공식 재편안입니다.
롯데케미칼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이행하고 국내 산업 구조개편에 참여하고자 HD현대케미칼과 공동으로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며 “세부 운영 방안은 승인 이후 양사가 추가 협의를 통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사의 사업 재편 구조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를 보유한 합작사로, 합병이 완료되면 양사는 NCC 설비를 한 곳에 묶어 생산·운영 체제를 일원화할 계획입니다.
현재 롯데케미칼 대산 NCC의 생산능력은 110만톤(t), HD현대케미칼은 85만t 규모입니다. 재편이 완료되면 대산 지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기존 195만t에서 85만t으로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정부가 제시한 국내 NCC 감축 목표는 최대 370만t으로, 대산에서만 약 110만t을 감축하면 전체 목표의 3분의 1을 한 번에 채우는 셈입니다.
롯데케미칼은 NCC 감축과 함께 고부가·친환경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도 병행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업계에서는 HD현대케미칼의 NCC만으로도 양사의 다운스트림 공장 운영에 필요한 에틸렌 공급이 충분해 중복 생산 축소에 따른 나프타 구매비·에너지비·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6일 전남 여수시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여수지역 석유화학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폐합 없이 지원 없다”…최후통첩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여수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에 참석해 석화업계에 구조개편 참여를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김 장관은 “대산이 사업 재편의 포문(gate)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 재편의 운명(fate)을 좌우할 것”이라며 “정부가 지난 8월 제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은 올해 12월 말이며 이를 연장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또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향후 위기 상황에서 각자도생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대산의 구조조정 1호 제출과 함께 지난 21일 국회 산자중기위원회를 통과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 특별법안’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27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여수·울산 등 주요 산단의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NCC 통합 운영안을 협의 중이며, 울산에서는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이 공동으로 재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이번에 제출된 사업재편계획을 기업활력법에 따라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할 예정입니다. 사업 재편이 승인되면 해당 기업은 세제 지원과 상법 특례 등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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