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남욱 변호사가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폭로한 데 이어, 이번엔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악용해 피의자를 압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 뇌물' 의혹에 엮인 초기 민간업자 정재창씨의 별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이유로 2년6개월 가까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그러는 사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불리한 진술을 했던 정씨는 법정에서 돌연 입을 닫았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별건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용해 정씨에게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보이는 대검청사와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 건물 모형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재창씨는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과 함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사업을 추진한 민간업자입니다. 하지만 정씨는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사관리 대주주)가 검찰 인맥 등을 이용해 사업 주도권을 갖게 되자 2014년 대장동 사업에서 손을 뗀 걸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초기 사업자인 셈입니다.
그런데 정씨가 중요한 이유는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의혹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입니다. 정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는 2013년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를 총괄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수차례 걸쳐 3억원 상당을 건넸습니다. 당시 세 사람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할 돈을 두고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돈의 최종 목적지로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을 지목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힙니다. 검찰은 민간업자들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두 사람에게 뇌물을 줬다고 판단,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들의 초기 진술은 검찰의 주장과 달랐습니다. 유 전 본부장 개인에 대한 뇌물이라는 게 공통된 진술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철거업자 강모씨가 철거공사 수주 조건으로 3억원을 건넸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채무 상환을 독촉했다는 겁니다.
정재창씨도 이런 주장을 했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정씨는 '대장동 1차 수사팀'(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수사하던 2021년 10월 자수서와 참고인 조사에서 "유동규가 '성남시설관리공단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업무 관련 업자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그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협박받고 있다'며 '업자에게 갚을 돈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남욱에게 (3억원을) 요구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5~6월 '대장동 2차 수사팀'(팀장 고형곤 중앙지검 4차장)으로 교체되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들의 진술은 돈의 최종 목적지가 이 대통령 측근들이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그해 9월부터 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이후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 진술도 뒤집혔습니다. "유동규가 '높은 분들', '형들'에게 전달할 돈이라고 했다"는 남 변호사의 유명한 법정 진술도 이 무렵 나왔습니다. 검찰은 같은해 11~12월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을 각각 구속기소했습니다.
자수서까지 냈던 정씨도 입을 닫았습니다. 그는 2022년 7월 대장동 일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피고인 측이 3억원의 목적지에 대해 묻자 증언을 거부했습니다. 2024년 8월 증인신문에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문제는 정씨가 증언을 거부한 배경에 검찰의 보완수사권 남용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겁니다. 정씨는 2021년 11월 정영학 회계사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정씨는 2020~2021년 유 전 본부장 뇌물 사진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각 60억씩 받고, 정 회계사에게 추가로 30억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습니다. 공갈죄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입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023년 6월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대장동 2차 수사팀이었던 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보완수사 등을 이유로 영장 청구를 거부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현재까지 정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짓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수사 중'이란 핑계로 사건을 쥐고만 있는 겁니다.
공갈 혐의는 이득액이 10억만 넘어도 구속 사유가 되는데, 사실상 검찰이 '공갈 혐의로 기소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기 삼아 정씨의 법정 진술을 '입막음'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검찰은 정씨가 법정에서 검찰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증언을 하면 기소하려고 했을 것이다"면서 "수사권에 기소권, 영장 청구권까지 있는 검찰은 수사를 받는 사람에겐 사실상 신"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업자들이 최근 진술을 재번복하며 검찰 수사권 남용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남 변호사는 지난 7일 정 전 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의 강압 수사 의혹을 폭로, 검찰 수사 방향대로 진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저는 김용·정진상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했고 수사 과정에서 (검사에게) 처음 들었다'며 "피의자를 앉혀두고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닦달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직접수사권과 다름 없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보완수사권에서 '보완'이란 단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통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검찰엔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도 충분하다. 보완수사권은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정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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