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지방 미분양…건설업계 부실 '심화'
전국 미분양 주택 6만6762가구…지방 물량 77%
2025-11-26 14:16:11 2025-11-26 16:41:44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6000가구를 넘어서며 2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에서는 5만가구 이상의 미분양이 해소되지 못한 채 장기화하고 있어 중소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각종 매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호응은 미미한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762가구로 전월 대비 0.2%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지방 물량이 5만1411가구로 77%에 달합니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물량은 전국 2만7248가구인데, 이 중 84%인 2만2992가구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대구(3669가구), 경남(3311가구), 경북(2949가구), 부산(2749가구) 순으로 많습니다. 
 
악성 미분양은 1년 새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9월 1만7262가구에서 올해 9월 2만7248가구로 58% 늘어난 것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미분양 위험을 감안해 분양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어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기존 미분양에 대한 대손 반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그래프=뉴스토마토)
 
10.15 대책 발표 이후 분양 심리는 더욱 위축됐습니다. 아파트분양전망지수가 전 지역에서 기준선(100)을 밑돌았습니다. 서울·수도권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규제 부담으로 분양이 제한되고, 지방은 수요 자체가 부족해 미분양이 쌓이는 이중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미분양 직매입,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환매' 제도 등을 가동 중입니다. 하지만 LH 1차 매입 실적은 목표(3000가구)의 4분의 1 수준인 733가구에 그쳤습니다. 안심환매도 예산 2500억원 중 신청액은 1500억원에 머물렀습니다. 매입 요건이 엄격하고 건설사 입장에서 실질적인 재무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입니다. 

업계 전반 지표 악화…내년 전망도 '흐림'
 
미분양 적체가 이어지면서 건설업계 전반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도 건설사는 18곳, 폐업은 2009곳에 이릅니다. 하루 평균 6곳 넘게 문을 닫은 셈입니다.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는 1~9월 486곳으로 4년 전 같은 기간(226곳)의 두 배를 웃돕니다. 대전 시공 능력 4위 크로스건설이 10월 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것을 비롯해 대저건설, 삼부토건,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10여개 지방 건설사가 올해 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할인분양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재무 지표도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외감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 미치는 곳이 44.2%였습니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비율은 2020년 33.1%에서 해마다 올라 5년 연속 상승세입니다. 한국신용평가 집계로는 주요 건설사 13곳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이 3.4%로, 2021년(6.7%)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조기경보 등급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건설사 수도 2023년 3만2658곳에서 올해 10월 2만9368곳으로 3만선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사업 심리도 얼어붙었는데요.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월보다 20.7포인트 하락한 65.9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은 31.0포인트 급락해 64.1까지 밀렸습니다. 자금조달지수 역시 13.1포인트 내린 73.4로, 건설사들의 유동성 압박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HUG 분양 보증사고 금액도 지난해 1조1558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HUG 분양보증 약관은 시공사, 시행사, 신탁사 등 사업 주체가 회생절차를 밟는 경우를 보증 사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24% 줄어든 24만 가구 수준이고, 2027년에는 10만 가구대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리 인하 기조에도 각종 규제로 주택시장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대형 건설사는 해외 원전 수주 등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지방 중심의 중견·중소 건설사는 발주 기회마저 줄면서 업계 내 격차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6년 건설 수주 규모를 231조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올해보다 1.1% 늘어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산업재해 처벌 강화 등에 의한 기업 경영 활동 위축, 건설사들의 금융 비용 증가, 공사비 상승, 미분양 리스크 등이 더해지며 주택 수주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업계에서는 악성 미분양, 수주 절벽, 자금난이라는 삼중고 속에 지방 건설사들의 연쇄 부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재개발과 재건축의 사업성을 확보하고 수요 분산이 이뤄지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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