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며 전셋값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전세수급지수가 4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공급 부족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규제·월세화 전환, 전세 공급 줄어
26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59.6으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상승하며 2021년 10월(164.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할 경우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는 의미로 현재 전세시장이 공급 부족 상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도 158.5로 상승하며 같은 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서울은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지면서 전세난이 심화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전세 물건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524건으로 1년 전(3만2362건)보다 약 21.2%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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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 감소에 전세가격 상승세도 가파릅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8월 0.26%의 증가세를 보인 이후 계속 상승 폭이 커지며 11월에는 0.56%를 기록했습니다. 또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의 조사에 따르면 규제가 적용된 서울의 21개 자치구 전세가격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평균 2.8% 상승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인 1.2%의 두 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정부의 규제 정책과 시장 구조 변화를 꼽고 있습니다. 전세 거래를 활용한 갭투자가 제한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라 전세를 끼고 매도하려는 집주인의 선택지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월세 선호 현상 역시 전세 매물 감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집주인 입장에서 월세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시장 내에서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 수급 지수의 상승은 실수요자가 집을 구매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매매 대출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면서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고 있고, 이러한 수요 증가에 비해 전세 매물이 월세로 전환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회전되지 못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부 정책 기조가 여전히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구조이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사철이나 학군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전세 수급 불균형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입주 감소·공급 지연…전세 불안 장기화 우려
이러한 전세 불안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20만6923가구로, 올해(23만9948가구) 대비 13.8% 감소할 예정입니다. 서울 역시 3만1752가구에서 2만8885가구로 9% 줄어들며, 서울·수도권 중심의 전세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개최한 ‘2026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셋값 상승 폭이 올해보다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신규 입주 감소와 실거주 수요 증가, 전세 공급 위축이 맞물리면서 전국 전셋값이 4%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도권은 착공 감소, PF 리스크, 3기 신도시 사업 지연 등으로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으며, 지방은 수요 기반이 약화돼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대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송정은 기자)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26년까지 수도권에 공공분양 2만9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불안심리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번 공급은 고양창릉, 성남복정, 화성동탄 등 3기 신도시 중심이며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고덕강일3블록 1300여호가 예정돼 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026년 공급은 당장 입주 물량이 아닌 분양 계획이지만 공공택지 공급 확대와 용도 전환 신호는 무주택 수요자에게 정책 일관성과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특히 수도권은 올해와 내년 분양 물량이 2022~2023년 대비 크게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공급 계획은 수요자 심리를 다독이는 단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 분양 물량의 약 95%가 경기도와 인천에 집중되고 있으며, 서울은 1300호 수준에 그친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서울 도심 내 유휴부지나 공공 청사 부지의 적극적인 활용 계획이 선행돼야 실질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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