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대한항공, 친환경 기내식 용기 쓴다
사탕수수 등 비목재 펄프로
글로벌 친환경 경쟁에 합류
2025-11-26 10:38:02 2025-11-26 10:38:02
대한항공이 다음 달부터 기내식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주요리 용기를 식물성 원료 기반 친환경 소재로 전면 교체합니다. 항공기 안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이 쓰이는 영역 중 하나가 기내식 용기인 만큼, 대한항공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항공 ESG 경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새 기내식 용기(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지난 25일 “사탕수수·밀짚·대나무 등 비목재 펄프로 만든 친환경 기내식 용기를 12월 일부 노선에서 우선 도입하고, 2026년 말까지 전 노선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변경하는 용기는 일반석 한식·양식 메인 요리에 사용되는 용기로, 교체 시 기내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특히 새 용기는 고온의 오븐 환경에서도 쉽게 변형되지 않고, 기존 플라스틱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6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가 기내식에 사용하는 소재는 안전성, 위생성, 내열성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며 “이번 용기 교체는 단순한 친환경 마케팅을 넘어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장기 설계 변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항공사들, ‘탈플라스틱’ 경쟁
 
대한항공은 그동안 기내에서 다량으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숟가락·포크 등 커트러리(식사용 기구)를 대나무 소재로 바꾸고, 표백 펄프 냅킨을 무표백 대나무 소재로 대체하는 등 점진적 조치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주요리 용기 교체는 이런 일련의 ‘기내 탈플라스틱 프로젝트’의 핵심 단계로 평가됩니다.
 
글로벌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이후 ESG 압력이 강화되면서 플라스틱 감축이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으로 바뀌었습니다. 유럽이나 호주, 미국 항공사들은 이미 2019년부터 대대적인 전환을 시작해 기내 플라스틱 식기·포장재를 대부분 친환경 소재로 대체했습니다.
 
유럽의 에어프랑스·KLM은 사탕수수와 목재 기반 식기류를 기내 표준으로 자리 잡게 했고, 호주 콴타스는 ‘쓰레기 없는 비행(Zero Waste Flight)’을 세계 최초로 운영해 왔습니다. 미국 델타항공은 대나무 수저와 생분해성 식기류를 통해 연간 수백 톤의 플라스틱을 줄이고 있으며, 에미레이트 항공은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담요를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대한항공 국제선 여객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아시아에서는 일본항공(JAL)·전일본공수(ANA)가 가장 앞서 종이·식물성 플라스틱 식기를 도입했습니다. 이들 항공사의 행보를 감안하면 대한항공의 이번 전환은 앞선 행보라기보다는 ‘업계 표준을 뒤늦게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대한항공은 단순히 용기 교체에 그치지 않고, 자원 순환 전략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승무원 유니폼을 의약품 파우치로 재가공하고, 손님이 사용하지 못하게 된 기내 담요를 보온 물주머니로 만드는 등 항공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업사이클링 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항공업 특성상 매년 수백만 개 단위로 소모되는 물품이 많아, 업사이클링은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바도 크고 ESG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영역입니다.
 
친환경은 선택 아닌 규제 준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모든 세계 항공사의 탄소중립(CO₂ Net-Zero)을 목표로 설정했고, EU는 기내 플라스틱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내 플라스틱 감축은 더 이상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 준수(Compliance)의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새 기내식 용기 도입은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장기적 투자”라며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하면서 고객 체감도를 높이는 다층적 ESG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이번 조치를 두고 “글로벌 흐름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속도감 있는 ESG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기내 플라스틱 감축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만이 아니라 국제적 평가지수나 노선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앞으로 대한항공의 ESG 실행력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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