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호황 끝…내년부터 ‘침체’
저운임 국면 지속…내년 30% 하락 전망
공급과잉 속 친환경 선박 전환 부담까지
2025-11-24 14:22:46 2025-11-24 15:02:0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글로벌 해운시장이 초호황의 끝을 지나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3주 연속 하락하며 1300선까지 밀려난 데다, 내년 컨테이너선 운임이 올해보다 약 30%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환경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반등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물 컨테이너를 실은 HMM 선박. (사진=HMM)
 
2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을 대표하는 SCFI는 11월 셋째 주 1393.56을 기록하며 전주 대비 57.8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한 달 전 1500대를 유지하던 지수가 3주 만에 1300대 초반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북미·유럽·중동 등 주요 항로 대부분에서 운임 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내년 SCFI가 평균 1100~1300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해 대비 최대 31% 떨어진 수준입니다.
 
내년 시장을 짓누를 가장 큰 요인은 단연 ‘공급 과잉’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6년까지 인도될 예정인 신규 컨테이너선은 총 226척, 154만TEU 규모이며 이 중 65%가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선입니다. 초대형선 투입이 늘면 기존 선박들은 다른 항로로 재배치되고, 이 과정에서 전 노선에서 선복 공급이 동시에 증가하는 ‘파급 효과’가 발생해 운임 하락 압력이 더 커지게 됩니다.
 
홍해 항로와 관련해서도 불확실성이 큽니다. 현재 글로벌 선사들은 후티 반군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습니다. 이 우회 덕분에 선복이 묶이며 공급이 줄어드는 ‘운임 방어 효과’가 발생해왔습니다. 그러나 홍해 항로 안전이 개선돼 정상 통항이 재개될 경우, 희망봉 우회가 중단되면서 운항 시간이 단축되고 선복 회전율이 높아져 시장에 풀리는 공급이 다시 늘어나는 구조가 됩니다. 내년 운임 하락을 더욱 가속화할 변수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반군의 집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사나 EPA/연합뉴스)
 
수요 측면에서도 반등 요인은 많지 않습니다. 북미 지역은 가처분소득 감소로 소비력이 약해졌고,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장기화로 물동량 회복 폭이 제한적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강화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 둔화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입니다.
 
김병주 KMI 전문연구원은 “올해는 미·중 관세 이슈로 조기 선적이 몰리면서 실제보다 수요가 높아 보였던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 수요가 크게 줄지 않더라도 공급 과잉이 이를 모두 상쇄해 저시황·저운임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넷제로’ 규제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전환 비용도 해운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KMI는 국내 해운업계가 IMO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까지 160조원 규모의 선박 투자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암모니아 추진선 등 차세대 연료 기반 선박이 등장하면서 선박 투자 부담이 예년보다 빠르게 커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국내 해운사의 실적 부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이상 줄었습니다. 운임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항만·하역·내륙운송비 등 항화물비가 올 3분기 22% 증가하며 비용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입니다. 컨테이너 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내년부터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여 해운업 침체의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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