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핑안보험, 전과정 AI로…국내는 ‘하세월’
2025-11-26 15:07:58 2025-11-26 18:37:05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중국 최대 민영 보험사 핑안보험이 보험산업 전 주기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보험업계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반면, 국내 보험사들은 일부 국한된 부분의 고도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술 투자, 규제 환경, 데이터 활용 범위 등 차이로 국내 보험업계가 AI 기반의 시스템 전환과 인프라 구축에 있어 중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릅니다. 
 
핑안, 핀테크 자회사 끼고 독자 시스템 개발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연수원은 이달 5~8일 중국 선전 일대에서 ‘중국 보험·AI 벤치마킹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핑안그룹 본사 및 계열 기술 기업을 방문하고 현지의 디지털 전환(DT) 사례와 보험산업 혁신 현황을 살폈습니다. 
 
보험연수원이 진행한 중국 보험·AI 벤치마킹 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보험연수원)
  
탐방에 참여한 주요 보험사는 KB라이프, NH농협생명, 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사 3곳과 KB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4곳입니다. 또한 코리안리재보험, GA(법인보험대리점) 인카금융서비스, UIB손해보험중개, 히어로손해사정 등 재보험·대리점·손해사정 업권도 동행하며 업권별 AI 활용 검토와 협력 가능성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연수단이 방문한 핑안그룹은 2013년 기술금융(Tech-driven financial group)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 이후 2017년 그룹 AI·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 계열사 서비스를 재설계했습니다. 핵심 전략은 일부 작업과정의 디지털화가 아닌 보험업 구조 자체를 AI로 재정의하는 데에 있었습니다. 언더라이팅(위험심사)은 단순 심사 시스템 자동화를 넘어서 고객의 금융·의료·생활 등 전반적인 데이터를 모델이 실시간 수집·해석해 가입자별 최적화된 보험 모델을 제시합니다. 보상 심사도 △의료 영상 AI △자동차 손상 AI 등을 적용해 보험금 지급 소요기간이 대폭 단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핀테크 기술 자회사 원커넥트(OneConnect)를 기반으로 외부 금융기관에 AI·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판매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은 핑안그룹이 기존 보험 영업을 넘어 기술 기업으로 확장하는 성장축으로 주목됩니다. 원커넥트의 핵심 플랫폼 ‘감마(Gamma) 플랫폼’은 현재 30여개 핑안 계열사뿐만 아니라 중국 지방은행, 지역 보험사에 외부 서비스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국내 보험사, 슈퍼앱 AI 활용 수준에 머물러
 
국내 보험업계도 AI와 머신러닝 기반 고객 응대, 언더라이팅 자동화, 실손보험 지급심사 AI 적용 등 디지털 전환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별 개별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고 사업모델 확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보험사별로 KB라이프·KB손해보험은 그룹 차원의 데이터 연계와 자동 심사 시스템 도입 속도가 빠른 편이며, 한화생명·한화손보는 자동차보험 영상판독·건강데이터 기반 보험 설계 등 헬스케어와 차량 분야 AI 활용 폭이 넓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NH농협생명은 농협경제지주 기반 생활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구조이나 아직 모델 확장은 초기 단계로 전해집니다. 롯데손해보험은 재무·리스크 관리 중심의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고, 하나손해보험은 작은 규모지만 신계약 프로세스와 고객응대 자동화를 빠르게 적용한 사례로 손꼽힙니다.
 
코리안리재보험은 계리·재보험 위험평가 모델에 머신러닝을 적용하며 아시아 재보험 시장 평균 대비 높은 기술 적용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GA 업권은 영업 CRM 자동화, 데이터 기반 맞춤 상품 추천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해사정 업계에서도 의료 영상 자동 판독과 보험사 요구 보고서 자동화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국내 금융지주사 모델은 핑안의 핑안그룹 보험 계열사의 TaaS형 사업 확장과 달리 슈퍼앱 같은 그룹 서비스 통합과 효율화 중심의 내부 혁신형 AI 전략에 머무르고 있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규제·비용 장벽…"전면 AI형 보험사 전환 제약"
 
업계에서는 국내 보험사의 AI 활용이 핑안형 모델로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적·규제적 제약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핑안보험은 2억7000만명의 금융 소비자와 자체 헬스케어 앱 굿닥터의 3억명 이용자, 모빌리티·쇼핑·결제 플랫폼 데이터 등 방대한 고객 기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금융 데이터와 보험 데이터 결합이 가능해 AI 모델이 지속적으로 학습시키고 정교화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국내 보험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등 강한 규제를 맞닥뜨리고 있는 국내 보험사는 금융과 헬스케어·모빌리티 데이터 결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큽니다. AI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비정형 데이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은 정부에서 초기 플랫폼 산업 성장과 AI 실험 환경을 장려한 반면, 한국 금융당국은 금융안정·소비자 보호 우선 원칙을 적용해 새로운 기술 도입에 보수적으로 접근 방식을 펴고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자체 AI 플랫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체 개발보다 외부 AI 스타트업과의 개념증명(PoC), 기술 제휴(MOU)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AI 접목 속도는 빠르지만 기술 내재화가 제한적이라는 한계점으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은 디지털 보험 생태계가 시작된 배경·규제·데이터·시장 규모가 전혀 다르다”며 “핑안처럼 전 과정이 AI 기반으로 완성된 보험사가 나오기까지 제도적 정비와 산업 인프라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중국 베이징 핑안 국제 금융 센터의 핑안보험그룹 간판.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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