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실리코 메디슨의 AI 신약 발견 플랫폼인 Pharma.AI 이미지(사진=인실리코 메디슨)
[뉴스토마토 임삼진 기자] 세계의 유수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꿈꿉니다. 신약 개발이 성공하면 큰 규모의 부가가치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은 매우 복잡하고 긴 과정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10~15년이 걸리며, 비용은 약 10억 달러(1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과정은 기초 연구부터 임상시험과 승인까지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요, 단계마다 높은 실패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약의 성공 확률은 0.01%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약 후보 물질 1만개 중 1개만 최종 승인까지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실패의 주요 원인은 독성이 발견되거나 부작용이 심해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 기대했던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효능 부족의 문제, 시장성이 없거나 경쟁 약물에 밀려서 상업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 등입니다.
신약 개발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실패율이 높은 탓도 있지만, 신약 개발에는 최신 기술과 고가의 연구 및 실험 장비가 필요하고 고급 인력에 의해 엄청난 양의 실험이 이뤄져야 합니다. 미국 FDA, 유럽 EMA 등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를 충족해야 하는데 이들 규제기관의 엄격한 규제와 임상시험 과정을 따라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고비용으로 귀결됩니다.
지난 1월 영국 BBC 방송은 많은 회사들이 전통적으로 약리학자들이 해오던 일을 인공지능(AI)의 힘을 이용해 수행하는 AI 신약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생겨난 소규모의 전문 AI 기반 생명공학 회사와 자체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거나 소규모 회사와 협력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대규모 제약 회사도 포함됩니다.
2024년 10월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AI 약물 설계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되는 AI 모델을 세워 상을 받았습니다. 알파고로 유명한 그가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는 데 세계가 놀랐습니다. 2021년 영국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AI 신약 개발 회사인 Isomorphic Labs의 CEO이자 창업자인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항상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첨단 AI의 힘과 잠재력을 믿어 왔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하고 있는 일은 그 약속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질병을 앓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놀라운 팀을 이끌게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우리가 함께 이룰 진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에 대한 확신과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2023년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 AI 기반 신약 개발이 주목받고 있는데, 특히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과정은 후보물질 탐색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기존 방식에 비해 신약 개발 시간을 평균 3~5년 단축 가능하다”라고 진단합니다.
여러 글로벌 연구 기관과 컨설팅 회사들은 AI를 활용함으로써 신약 개발 과정에서 비용 절감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AI를 활용하면 전임상 단계(the preclinical stage)에 이르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최소 25~5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딜로이트는 신약 개발에 AI를 도입하면 운영 비용을 최대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여러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미국의 세레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는 파킨슨병 치료제인 타바파돈 개발에 AI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임상시험에서 참가자의 스마트폰을 통해 발화 및 얼굴 표정을 원격으로 검사하고, 이를 AI로 분석하여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했습니다. 2024년 4월 이 치료제의 임상 3상 성공 소식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AI 신약 발견 플랫폼인 Pharma.AI의 생성형 AI를 통해 발견되고 설계된 약물 INS018_055를 임상 2상 시험에 도입했습니다. 이 약물은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인데, IPF는 폐의 만성적인 흉터와 폐 기능의 점진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희귀 폐 질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백만 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데, 치료법이 거의 없어서 환자는 일반적으로 진단 후 2~5년 이내에 사망합니다. 지난 2월 11일 인실리코는 2024년 12말까지 IPF에 대한 1개의 2a상 연구가 완료되어 우수한 안전성과 용량 의존적 효능을 입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섬유증과 염증에 대한 잠재력을 입증한 INS018_055는 환자들에게 또 다른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안실리코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8개월 만에 2021년 2월에 임상 전 후보 물질이 선정되었고, 9개월 후 1상 임상시험을 위한 첫 번째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발표했습니다. AI가 제공하는 속도와 효율성 덕분에 기존 신약 개발 시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30개월 이내에 새로운 표적 발견부터 1상 임상시험까지 완료할 수 있었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AI 기반 신약 발견 및 개발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인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를 통해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PHI-101을 개발했습니다. 이 약물은 임상 1상 연구 결과를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하며, AI 기반 신약 개발의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온코크로스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랩터 AI'를 활용하여 근감소증 등 근육질환 치료를 목표로 신약 후보물질 OC514를 개발했습니다. 이 약물은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완료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닥터노아바이오텍은 AI 기반 복합신약 NDC-002를 개발하여 뇌졸중 치료제로서 국내 임상 1상을 완료했습니다.
AI와 생명공학 기술의 결합이 신약 개발 기간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10~15년 소요되던 신약 개발 기간을 5~10년으로 줄일 수 있고 비용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예측은 희망적입니다. 인공지능이 신약을 기다리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 소식을 더 빠르게 들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개발 중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PHI-101(사진=파로스아이바이오)
임삼진 기자 isj20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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