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씨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5월 장미 대선'의 막이 올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씨 탄핵 심판의 변론을 25일 종결하기로 하면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5월 중순에 21대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야권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유력 주자들이 일찌감치 대선 행보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암중모색하던 여권의 후보들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몸풀기에 들어갔습니다.
탄핵 선고, 3월 중순 예정…5월 중순 대선 전망
윤씨는 24일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을 앞두고 구치소에서 대리인단을 접견하며 최종 의견진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윤씨는 최종진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국정 혼란에 대한 유감 표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윤씨에 대한 파면 여부를 가르는 헌재 결정은 윤씨의 변론 종결 2주 뒤인 다음 달 중순쯤에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해 윤씨를 파면하면,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21대 대선은 선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진행해야 합니다. 현재로선 5월 중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확한 대선 날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재 선고 열흘 안에 국무회의를 열어 공고해야 합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땐 60일 기한을 꽉 채운 2017년 5월9일 대선을 실시했습니다.
21대 대선이 현실화되면, 각 당은 대통령 탄핵 인용 시점인 3월 중순부터 내부 경선 돌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선 일정상 3월 말에서 4월 초면 각 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될 전망입니다. 이후 대략 한 달 반가량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입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이미 대선 모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해 연일 중도보수·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고, 당내 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이른바 '신 3김'도 최근 잇따라 공개 행보에 나서면서 이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통합 대상으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언급하며 "큰 연대와 연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기 대선 언급을 금기시하고 있는 여권에서도 최근 들어 대선주자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소통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지지자의 글에 "대선이 만약 생기면 시장직 사퇴한다. 내가 집권하면 TK(대구·경북) 현안은 모두 해결된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이 시대의 시대정신인 시대교체, 시대전환을 완수해야 한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예고했고 같은 당 한동훈 전 대표는 오는 26일 저서 출간 이후 복귀가 예상됩니다. 이 외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하면서 여권의 유력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경우, 범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로서 거론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17년 땐 다자구도…이번엔 양자구도 가능성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선거 구도와 중도층·2030·수도권 표심, 명태균 게이트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특히 제1의 변수로 선거 구도가 꼽힙니다. 향후 대선 구도가 양자 또는 다자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출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양자 구도일 경우, 결국 여야의 51% 대 49%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지난해 4월 총선 결과도 범야권의 192석 압승으로 끝났지만, 실제 여야 전국 총 득표율 격차는 야권이 5.4%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윤씨 탄핵 심판을 앞두고 보수층의 결집 양상이 뚜렷한 만큼 이러한 경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다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 지난 2017년 대선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2017년 5월 19대 대선에선 범보수 진영에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가 출마했고, 범진보 진영에선 문재인·심상정 후보가 출마했는데요. 결과는 41.08%의 득표를 올린 문재인 후보가 큰 표 차이로 당선됐습니다. 다만 당시 '반문재인'을 외친 범보수 진영의 후보들 득표율을 합산하면 52.20%였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호남 표를 감안해도 상당히 팽팽한 접전을 이룰 수 있었던 구도였던 셈입니다.
이번에는 조기 대선 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후보의 3자 구도가 예상되는데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에서도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결국 3자 구도에서 변수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후보 단일화'입니다. 개혁신당 후보로 나설 것이 유력한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한다면 '범보수 대 범진보 진영'의 양자 구도가 뚜렷해지는 것인데요. 이렇게 될 경우, 2017년과는 다른 구도로 대선이 진행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역대 선거의 승패를 좌우했던 중도층과 20·30대, 수도권 표심이 변수인데요. 특히 중도층의 경우, 상당수는 탄핵 정국을 촉발한 윤씨의 비상계엄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윤씨 탄핵 이후 줄곧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행보를 보여온 만큼 향후 중도층 민심의 돌리기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부정적인 중도층 민심도 변수입니다.
명태균 게이트도 대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중요 변수로 꼽히는데요. 특히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오세훈 시장 홍준표 시장 등이 연루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수사가 여권의 '후보 정리'에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준석 의원도 명씨와 친분 관계에 있어 향후 대선 국면에서 엮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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