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4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청년 취업지원 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반환점을 돌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여권에선 보수 지지층 결집 속에 '조기 대선' 언급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물밑에선 세력화 모색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야권의 경우 유력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의 견제가 본격화됐습니다.
오세훈 '토론회'·김문수 'MB 면담'…세력화 나선 '여 대선주자'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장관은 지난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물밑 대선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 김 장관은 출마설에 대해 "조기 대선 출마는 생각한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탄핵안이 인용되고 지지율 선두를 지킬 경우 전향적인 입장을 충분히 내놓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오는 12일 국회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할 것을 주장하는 내용의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당내 의원들을 토론회에 초청한 오 시장을 두고 대선 경선에 대비한 세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을 높이 평가하면서 여권 내 윤씨 지지층의 결집을 기대했습니다.
일찌감치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힌 홍준표 시장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권 내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있습니다. 홍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추운 겨울날에 현직 대통령을 터무니없는 혐의로 계속 구금 하는 건 법 절차에도 맞지 않고 도리도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달 설 연휴 동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 당대표 사퇴 후 재야 인사를 잇따라 만나고 있습니다. 한 전 대표는 윤씨의 변론기일이 종료되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내외 친한(친한동훈)한계 인사들은 최근 '언더73'(1973년생 이하 정치인) 모임을 결성하며 한 전 대표 지원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국회에서 만나 대화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경수 '부산'·김부겸 '호남' 방문…이재명, 향후 통합 행보 주목
야권 내부에선 민주당의 비명계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점차 키우고 세력화를 도모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이 대표가 향후 '통합과 포용'을 강조하며 비명계를 끌어안으려는 행보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최근 민주당에 복당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7일 부산 특강에서 "이 상태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 통합'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광주를 찾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민주당의 전통적인 힘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최근 이 대표의 중도층 공략을 위한 '우클릭' 행보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우리(민주당)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경수, 김동연, 김부겸 모두 나서달라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인격적 공격을 하는 건 아니다“며 "대표 옆에서 아첨하는 사람들이 한 표도 더 벌어오지 못한다. 갈라치고 비아냥대며 왜 애써 좁은 길을 가려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친명계와 비명계 양쪽을 향해 쓴소리를 날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전날 양쪽 사이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데 대해 "지금 민주당이 친문, 친명 나뉘어 싸울 때냐"고 비판했습니다. 박광온 전 의원은 특정 세력을 비판하기 보단 "단결해야 야권 연합을 뒷받침하고, 그 연합의 힘으로 압도적 정권 교체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당내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탕평 인사'와 '통합 의지'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지 주목됩니다. 오는 10일 예정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당내 통합을 위한 메시지도 담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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