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내란수괴’ 윤석열씨가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최후진술에 나섭니다. 주어진 시간은 무제한입니다. 윤씨는 이 시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균형을 잡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내란을 범했다는 잘못을 인정하자니 지지자들 원성이 높을 것이고, 업무 복귀를 전제로 변론을 진행하자니 재판부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윤갑근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윤씨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을 진행합니다. 윤씨에 대한 파면 여부를 결정하기 전 마지막 변론기일, 즉 '최종변론'입니다. 양측 대리인단이 최종변론을 마치면, 당사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윤씨의 최후진술이 있을 예정입니다. 앞서 문형배 재판관(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10차 변론기일에서 "최종변론 땐 당사자 진술에 시간제한을 두지 않겠다"라고 했습니다. 윤씨 측의 헌재 공정성 문제 제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윤씨는 지난 주말 서울구치소에서 변호인단을 접견하며 최후진술과 최종변론 전략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이 직접 최후진술에 나선 건 처음입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종변론에서 진술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서면으로만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윤씨 최후진술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윤씨는 12·3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을 행사였다고 강변했습니다. 국회 무력화, 정치인 체포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윤씨가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달 그림자를 쫓는 느낌”이라고 진술한 게 대표적입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이 윤씨에게 직접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윤씨는 ‘내란 프레임’, ‘탄핵 공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씨는 지난 6일 6차 변론기일에서는 “지난해 12월6일 홍 전 차장 공작과 (곽 전)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지난 20일 10차 변론기일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탄핵심판 마지막까지 윤씨의 사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설사 사과를 하더라도 ‘놀라게 해서 죄송하다’는 낮은 수준의 사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입니다. 앞서 윤씨는 비상계엄 선포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7일 대국민담화에서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무제한 진술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탄핵심판에서 윤씨의 말이 길어질 때면 어김없이 모순되거나 스스로 자백하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윤씨는 6차 기일에선 “인원이란 말을 써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 끄집어내라”는 곽 전 사령관 증언을 반박하는 차원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윤씨는 바로 직후는 물론, 지난달 23일 4차 변론기일에서도 ‘인원’이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윤씨 주장만 궁색해졌습니다. 심지어 '윤적윤'(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아울러 윤씨는 계엄 선포 목적에 대해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12월7일 대국민담화에선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을 주장했는데, 4차 기일에서는 “야당 경고가 아니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야당에) 경고로 먹힐 거면 비상계엄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계몽령’ 주장을 한 겁니다. 또 부정선거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보낸 것은 자신의 지시라고 자백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윤씨가 최종변론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일각에선 윤씨가 탄핵 기각을 전제로 임기단축 개헌을 약속할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씨는 진술의) 수위 조절이 어려울 것”이라며 “기각을 가정하고 업무에 복귀해 어떤 것을 추진하겠다고 말하자니 재판부가 불쾌해할 것이고,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역사상 가장 설득력 없는 궤변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며 “윤씨는 그동안 진술에서 법률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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