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으로 소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전통시장에서는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건 채소가게들이 예전과 비교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라는 것인데요. 언뜻 세어봐도 채소가게 수는 5곳을 넘지도 못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전통시장 현장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채소가게 주인 A씨는 "예전처럼 채소를 사려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며 "감자만해도 우리는 질 좋은 감자를 100g에 62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품질 여부를 떠나서 바로 옆 블럭에 있는 마트에서는 우리가게 보다 더 싼 가격인 100g 598원에 판매하니 손님이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전통시장이지만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는 게 소비자들의 의견입니다. 이날 영동시장을 찾은 B씨는 "거주지에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모두 가까워 비교하면서 구매하는데 요즘은 대형마트 가격이 세일도 많이 진행해 더 저렴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재래시장 내 귤 1KG 한바구니 가격은 2만원에 팔리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에서는 1만4900원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품종은 다를지 몰라도 가격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셈입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전통시장 내 과일 매대. (사진=이지유 기자)
그렇다고 대형마트가 저렴한 물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이마트 매대에서는 100G당 1596원 하는 딸기 한팩의 가격은 2만2800원입니다. 쉽게 구매하기가 어려운 가격인데요. 마감시간에 다시 방문하니 같은 제품이 마감세일을 진행해 1만596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30% 세일했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입니다.
채소코너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부추 한단은 4980원, 미나리 한단도 5480원, 토마토 7개입 한팩의 가격은 무려 958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는 오전 및 오후, 저녁 시간대와 상관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요.
마트를 방문한 C씨는 "계란 15개입, 혹은 10개입을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려 하면 가격대가 대부분 8680원, 저렴한 달걀의 경우는 6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데 요즘 동물복지란에 대한 인식이 워낙 강하다보니 자녀에게 질 좋은 제품을 먹이려 하면 최소 8000원은 줘야 살 수 있다"며 "계란 한판도 아니고 15개입에 이정도 가격을 주다보니 구매해도 다른 채소류나, 고기류는 함께 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이마트 과일코너 사진. (사진=이지유 기자)
때문에 떨이 상품 매대에 소비자들이 몰려들기도 합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풋고추 한봉의 가격은 1500원대로 정가(3980원) 대비 약 50% 저렴했습니다. 에콰도르산 바나나 1KG 내외 제품의 가격도 2480원으로 과일제품 중 가격이 가장 저렴했는데요. 특히 이 바나나의 경우 인기가 많아 순식간에 동나기도 했습니다.
끝모를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와 상인 모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물가 수준은 금리 정책에 더해 수입을 확대한다던지 구조 개혁 없이는 단기간 해결이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배경에는 소비자물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선 까닭인데요.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2.2% 상승했습니다. 상승폭은 지난해 7월(2.6%) 이후 반년 만에 가장 높았는데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5% 오르며 전월(2.2%)보다 상승폭이 확대됐고, 식품은 1년 전과 비교해 2.7% 오르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이마트 내 마트코너 사진. (사진=이지유 기자)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소매업은 고물가 현상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커머스가 제공할 수 없는 공간적 장점을 제공해야 그나마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데, 공간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컨셉의 제품 구성과 공간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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