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증인만 14명…엇갈린 진술에도 꼭짓점은 ‘윤석열 내란’
9차 변론까지 나온 증인 전원 주장 분석
윤측, ‘직접지시’ 홍장원·곽종근 집중공격
그러나 이진우·여인형 등 근거 진술 충분
2025-02-19 18:21:51 2025-02-19 18:21:51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씨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20일 10차를 마지막으로 종료될 걸로 보입니다. 지난 18일 9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되는 동안 출석한 증인은 14명. 이들 중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처럼 윤씨에게 결정타를 날린 증인도 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처럼 윤씨 눈치를 살피고, 여전히 부정선거 음모론에 경도된 듯한 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12·3 계엄 '그날 밤'에 대한 진술은 각자 조금씩 달랐지만 윤씨가 내란수괴라는 혐의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뉴스토마토>는 헌재에 출석한 증인 14명의 주장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씨의 탄핵 인용과 기각을 가르는, 이번 헌재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은 윤씨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해 결과적으로 국헌을 문란케 했는지 여부입니다. 계엄이 선포됐을 때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건 계엄해제요구권을 가진 국회뿐입니다. 이에 계엄사령관은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만 관할할 뿐 국회 권한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헌재 변론 과정에서 윤씨가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의결을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속출했습니다. 특전사 예하 부대를 국회에 투입한 곽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했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 6일 6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계엄군이 국회로 들어가 의원을 끄집어내려고 하는 데는 대통령 직접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윤씨 측은 곽 전 사령관이 민주당에 회유당해 진술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메신저 흔들기'입니다. 그러나 이는 '윤씨의 지시'를 증언한 곽 전 사령관 혼자만이 아닙니다. 4일 5차 변론기일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현장에선 증언을 거부했으나, 앞서 검찰 조사에선 “대통령이 ‘문 부수라’는 말과 ‘총’이란 단어를 사용한 기억이 난다”고 진술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6차 변론기일 증인인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도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도 13일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이진우 전 사령관이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며 “특전사가 (국회) 내부로 진입했으니 외부에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씨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까지 출석한 증인 14명의 주요 주장.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홍 전 차장은 윤씨로부터 전화를 받고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2·3 계엄 직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우원식 국회의장 등 체포조 명단이 존재한다고 최초로 폭로한 인물입니다.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기일에서 "윤씨가 전화 통화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윤씨가 통화에서 체포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았고,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말만 했으며, 윤씨 지시에 따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 체포조 명단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윤씨 측은 홍 전 차장의 진정성을 훼손하려고 그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체포조 명단의 작성 장소와 시점도 트집 잡았습니다. 하지만 1월23일 4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나온 여 전 사령관이 홍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을 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여 전 사령관은 헌재에선 증언을 거부했으나 앞선 검찰 조사에선 "홍 전 차장에게 '체포자 명단을 부르며 위치파악을 부탁한다'고 했다"고 진술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홍 전 차장의 직속상관인 조태용 국정원장도 13일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 홍 전 차장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체포조 명단을 작성했다는 식으로 진술을 했습니다. 조 원장은 이날 "홍 전 차장 보좌관에게 (체포조 명단) 메모 경위를 확인했는데, 지난해 12월3일 밤 홍 전 차장이 포스트잇에 쓴 걸 줬고, (보좌관) 본인이 정서한 게 맞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조태용 원장은 계엄 전날과 당일 윤씨 배우자 김건희씨와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김씨가 계엄 선포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윤씨의 독특한 행보는 그가 '방첩사 지원'에 관한 지시를 조 원장이 아닌 홍 전 차장에게 전화로 알린 겁니다. 이에 대해 11일 7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지난해 3월 삼청동 안가에서 대통령이 ‘비상조치’를 언급해 (내가) 반대했다”며 “(같이 있던) 조 원장도 그런 취지로 말한 걸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즉, 윤씨가  비상계엄 구상을 반대한 조 원장을 패싱하고 '평생을 빨갱이를 잡는 일'을 한, 국정원 출신인 홍 전 차장을 더 신뢰해 그에게 전화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의 증언도 주목됩니다. 두 사람이 윤씨에게 아군만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씨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이 적힌 계엄문건을 받았다고 진술해 국회 무력화 의혹이 증폭된 가운데, 김 전 장관은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계엄문건을 여러 개 작성했다고 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기재부만 아니라 외교부 장관, 경찰청장,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전 장관 역시 7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실에서 단전·단수가 쓰인 쪽지를 봤다”고 처음 인정했습니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8차 변론기일에 출석, 비교적 윤씨 측 주장과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다만 신문과정에서 “대통령의 계엄 동기가 개인적 가정사라 놀랐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윤씨 측 핵심 주장인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선 7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신문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없었습니다. 김용빈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투·개표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습니다. 선관위 서버를 점검한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도 “선거시스템 (외부)침입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윤씨 측의 ‘야당 예산 폭거’ 주장에 대해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6차 변론기일에서 “(야당 단독으로 삭감한 예산)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고 했습니다. 야당 예산 폭거 주장엔 근거가 없다는 걸 방증합니다. 
 
20일 10차 변론기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 전 차장,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조 전 청장 역시 윤씨로부터 6차례 전화를 받았고 “국회의원들을 다 잡아, 체포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만큼,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심판정에서도 이를 인정할지 주목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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