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전선 흔드는 이재명, 속내는 '중도' 공략
대선판 흔드는 이재명…우클릭 땐 한강벨트 탈환
2025-02-24 17:53:52 2025-02-24 17:53:52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대선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규정, 이념 전쟁을 대선판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중도 공략을 통한 외연 확장의 전략인데요. 정치권 안팎에선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략에 실패한 서울 '한강벨트' 유권자 표심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8억원까지 상속 면세"…이재명, 연일 우클릭 
 
이 대표는 24일에도 중도층을 위한 정책을 화두로 던졌습니다. 상속세·근로소득세 개편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속세를 내려고 하니 집을 팔아야 한다"며 "18억원 정도 되는 집은 상속해서 계속 살게 해주자. 기초 공제를 두 배 정도 이내로 올리자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상향하고 배우자 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상속세 완화 추진을 제안했습니다. 근로소득세 부담 완화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상속세 관련 입법을 서두르자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보수는 합리적 가치와 질서를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수구를 넘어 범죄집단을 지키고 내란 수괴를 지킨다"고 했습니다. 이어 "내란의힘이라고 하니 화내던데 이제는 극우의힘이 된 거 아닌가. 이 나라 국정 책임을 어떻게 지나"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대표가 당 내부 비판에도 '우클릭'을 고집하는 이유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서울 '한강벨트' 패배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씨와 맞대결을 펼친 이 대표는 당시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선 "서울에서 승리를 내준 게 대선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분석해왔는데요.
 
실제 윤씨는 서울에서 총 50.56%를, 이 대표는 48.56%를 득표했습니다. 윤씨가 서울에서만 31만여표를 더 받았습니다. 서울에서 윤씨가 앞설 수 있던 이유는 규제일변도인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한몫했습니다. 부동산 표심이 변수였던 한강벨트에서 윤씨가 승리한 이유인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강벨트 9곳 중 이재명 '고작 1곳' 승리 
 
한강벨트는 한강에 인접한 지역으로 강서구·영등포구·마포구·성동구·용산구·영등포구·중구·광진구·강동구로 9개 지역이 꼽힙니다. 최종 승부는 8대 1로 윤씨의 대승. 이 대표는 강서구에서만 유일하게 승리했습니다. 이 대표는 강서구에서 49.17%를 득표했고, 윤씨는 46.97%를 얻었습니다. 
 
나머지 지역에선 윤씨가 승리했습니다. 특히 용산구에선 윤씨가 56.44%를, 이 대표가 49.86%를 얻었는데요. 두 인물 간 득표율이 16%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민주당은 야성이 강한 '서울 텃밭'도 내줬습니다. 서울 내에서 마포구와 광진구가 대표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데요. 마포구는 윤씨가 49.03%를, 이 대표가 46.50%를 득표했습니다. 광진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씨가 48.82%, 이 대표가 47.19%를 득표했습니다. 
 
민주당이 최근 감세 등을 앞세워 '중도보수' 공략에 초점을 맞춘 이유로 풀이됩니다. 한강벨트 탈환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서울 승리를 이루겠다는 겁니다. 
 
이 대표의 상속세안이 통과될 경우 '한강벨트'가 최대 수혜 지역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이 대표의 우클릭은 부동산 정책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근로소득자까지 내걸며 이른바 '월급쟁이'를 겨냥한 정책까지 내놓았습니다. 대기업 근무자들이 한강벨트에 많은 만큼, 소득세 과세표준을 조정하면 이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초부자 감세에 아직도 미련을 갖고 있느냐"며 "근로소득세가 억울하게 늘어난 것부터 정상화하자"고 강조했습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한강벨트 탈환을 위한 맞춤용 전략을 더 꺼내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역시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전략의 일환입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중도정당"이라며 "국힘이 극우본색을 드러내며 형식적 보수역할조차 포기한 현 상황에선 민주당의 중도보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상황이 변하면 오른쪽이 왼쪽이 될 수도 있다"며 "세상이 변해 민주당과 이재명이 주력할 선순위 과제가 바뀐 것뿐이다"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가시화함에 따라 이 대표의 우클릭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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