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체포지시’ 인정한 조지호…윤씨측 흔들기에도 “기억나는 대로 진술”
10차 변론기일서 한덕수·홍장원·조지호 증인 출석
조지호보다 몸사린 한덕수…상황 구체화한 홍장원
헌재, 오는 25일 변론종결…3월 중 심판선고 전망
2025-02-20 22:24:34 2025-02-20 22:24:34
[뉴스토마토 강석영·강예슬 기자] 윤석열씨로부터 ‘국회의원 체포’를 직접 지시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씨 탄핵심판의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윤씨 측은 지난달 암 진단을 받은 조 전 청장의 건강상태를 문제로 삼으며, 검찰 진술을 흔들려고 했으나 조 전 청장은 “기억나는 대로 진술했다”고 일축했습니다. 
 
윤석열씨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는 이날 오후 윤씨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을 진행했습니다. 헌재엔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 전 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헌재는 이날 증인신문 이후 오는 25일 최종 변론을 진행합니다. 
 
이날 10차 변론기일의 마지막 증인은 조 전 청장이었습니다. 조 전 청장은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윤씨가 12·3 비상계엄 당시 6차례 전화해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국회 무력화에 관한 윤씨의 직접 지시를 인정한 인물로는 곽종근 전 육군 특전사령관, 홍 전 차장에 이어 조 전 청장이 세 번째입니다. 
 
내란 주요임무종사자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청장은 이날 형사재판을 이유로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에 조사를 받을 땐 변호인이 입회했고, 각 조서를 확인한 뒤 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진술을 사실상 인정한 셈입니다. 
 
윤씨 측은 조 전 청장의 진술 신빙성을 훼손하기 위해 섬망증세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이동찬 변호사는 “섬망증세가 있진 않았느냐”라며 “수사를 받을 당시 건강이 더 악화했다. 명확히 기억해서 진술한 게 맞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조 전 청장은 “섬망증세가 그 정도는 아니다”며 “기억나는 대로 진술했다”고 답했습니다. 
 
조 전 청장은 윤씨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에 협조하지 않아 인간적으로 죄송한 마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박현수 당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에 의하면, 조 전 청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전면 거부해서 죄송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청장을 하냐고 했다던데, 맞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던 조 전 청장은 “인간적으로 죄송해서 면직처리를 밟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처음으로 구체적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김 재판관이 이어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협조 안 했느냐”고 묻자 조 전 청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 등은 비상계엄 당시 조 전 청장에게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 위치추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증인으로 나온 한덕수 국무총리는 조 전 청장보다 더 말을 아꼈습니다.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 절차에 흠결이 있다고 했던 한 총리는 이날 심판정에서는 “국무회의인지 아닌지 판단은 개인이 아니라 수사와 사법 절차를 통해 해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김 재판관이 다른 국무위원들의 진술을 언급하며 “증인의 생각을 말해야 사법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도 한 총리는 “통상적 회의와 다르다고 해서 개인적 이야기를 하는 건 굉장히 적절치 않다”고 했습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4일에 이어 이날 다시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이번에도 비상계엄 당일 윤씨와의 통화, 체포조 명단 메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진술은 4일보다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10시53분 국정원장 공관 대기실에서 윤씨와 전화했다며, 공관 비서실 직원이 이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곧바로 공관 밖으로 나와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했고, 10시58분 일반 휴대전화로 체포조 명단을 들으려다 끊고, 비화폰으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해 11시6분 최종 명단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그동안 메모한 장소를 공관 주차장이라고 했으나, 이날 사무실이었다고 진술을 바꿨습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과 두 번의 전화 내용과 장소를 구별하지 않고 축약해서 진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체포조 명단 메모를 수차례 다시 쓴 이유에 대해 홍 전 차장은 “처음에 10명을 적고 2명 기억해서 12명까지 추가했다. 2명은 기억이 안 났고, 나머지 한 두 명 더 있지 않을까 했다”며 “흘려 쓴 첫 메모를 보좌관에게 정서시켰고, 보좌관이 인적사항을 빽빽하게 써와서(두 번째 메모), ‘머리가 좋으니 복기를 해보라’고 시켜 세 번째 메모(증거로 제출된 메모)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제가 기억하는 걸 추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씨는 직접 발언 기회를 얻자 홍 전 차장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씨는 “(홍 전 차장이) 사표를 내고 해임되니까 저와 통화한 걸 대통령 체포지시로 엮어 내란과 탄핵을 공작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방첩사의 간첩수사를 지원하라며) ‘홍 전 차장과 여 전 사령관이 육군 사관학교 선후배잖아’라고 말한 게 제일 중요한데, 그걸 못 들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아울러 배우자 김건희씨가 조태용 국정원장과 계엄 전후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과 관련해 “지난해 11월7일 대국민담화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며 “저도 통화내역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헌재는 이날로 증인신문을 종결하고, 오는 25일 최종변론을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양측 변호인단의 증거조사와 최종변론, 그리고 소추위원과 윤씨 본인의 최종변론이 있을 예정입니다. 25일 최종변론이 진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윤씨에 대한 탄핵심판은 이르면 3월 중순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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