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수면의 발견(IKEA Sleep Uncovered)’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스스로 평가하는 수면의 질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국민건강심사평가원 제공)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글로벌 홈퍼니싱 업체인 이케아가 최근 세계인들의 수면을 조사한 ‘이케아 수면의 발견(IKEA Sleep Uncovered)’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스스로 평가하는 수면의 질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케아는 2024년 8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전 세계 57개국 5만 5221명(한국 1003명)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 수면 시간, 수면에 걸리는 시간, 수면 흐름, 기상 컨디션 총 5개 항목을 조사해서 발표했는데, 한국의 수면 지수는 59점으로 전 세계 평균(63점)보다 낮았으며, 57개 조사국 중 50위에 그쳤습니다. 수면 지수 1위는 74점을 기록한 중국, 최하위는 56점을 기록한 노르웨이가 차지했습니다.
한국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27분으로 조사됐는데, 평균 수면 시간 최하위 국가는 일본(6시간 10분), 이스라엘(6시간 21분), 미국(6시간 25분), 한국 순으로 적었습니다. 7시간 13분으로 평균 수면 시간 1위를 기록한 중국은 조사국 가운데 유일하게 7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기대 수면 시간은 하루 7시간 39분으로 실제 수면 시간과의 격차가 1시간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한국은 특히 수면의 질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스스로 평가한 수면의 질이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17%에 그쳐 조사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한국은 부모가 생각하는 자녀 수면의 질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8세 미만 자녀의 수면의 질이 좋다고 말한 한국 응답자는 38%로 전 세계 평균 67%와 큰 차이를 보이며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상위 4개 요소는 스트레스(17%), 불안 장애(12%), 너무 많은 생각(11%), 수면 장애(8%)로 확인됐는데, 한국은 이와 달리 수면 장애(16%), 온도(15%), 스트레스(14%), 전자기기(1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숙면을 돕는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을 묻는 질문에 세계 응답자들은 숙면에 도움이 되는 상위 3개 요소로 규칙적인 취침 및 기상 시간(15%), 평온함과 휴식(13%), 편안한 침대 및 침구(10%)를 꼽았습니다. 한국 응답자가 밝힌 가장 숙면에 도움이 되는 요소는 운동(22%), 규칙적인 취침 및 기상 시간(11%), 소음 감소(6%)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편, 이케아는 보고서 결과를 종합해 ▲주말에도 일정한 취침 및 기상 시간 유지하기 ▲조명을 어둡게 하고 편안한 침구를 마련해 아늑한 수면 환경 조성하기 ▲취침 전 전자기기 사용 피하기 ▲과식이나 카페인 및 알코올 섭취 자제하기 ▲잠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억지로 잠들려 하지 않기 등을 숙면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케아 보고서는 한국인의 수면에 관한 심각한 문제 제기로 보입니다. 스스로 평가하는 수면의 질이 매우 낮고, 수면의 양도 1시간 이상 부족합니다. 이케아의 조사 결과를 참고로, 세계적인 수면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수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수면을 거론할 때 우리는 매튜 워커(Matthew Walker) 박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신을 ‘수면 외교관(Sleep Diplomat)’이자 ‘과학자’라고 부르는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여 인간수면과학센터의 설립자이자 센터장입니다. 100편 이상의 과학 연구 논문을 발표한 그는 과학을 좋아하고 대중에게 과학을 전달하는 것을 좋아해서 팟캐스트 활동도 합니다. 이번 주에 올린 22분 분량의 팟캐스트까지 총 92개에 달하는 컨텐츠가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수면에 관한 5년전 그의 TED 강의 조회수는 무려 1412만회에 달합니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는 좋은 수면의 4대 요소를 QQRT™ 즉, 양(Quantity), 질(Quality), 규칙성(Regularity), 그리고 타이밍(Timing).이라고 정리합니다. 그의 시각을 토대로 다른 연구 결과들을 참고하면서 수면 문제를 풀어갈 대안을 찾아 봅니다.
양(Quantity)
워커 박사에 의하면 성인 수면에 대한 현재의 건강 권장 사항은 주요 보건 기관들 사이에서 대체로 일치합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SF)과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성인(18~65세)에게 권장하는 수면 시간은 1일 7~9시간,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7~8시간입니다. 미국 수면 의학 아카데미(AASM)는 연령대별로 다양한 수면 시간을 권장합니다. 유아의 경우 하루에 15~16시간의 수면이 권장됩니다. 어린이의 경우 9~12시간이 권장됩니다. 청소년의 경우 8~10시간 정도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평균적인 사람보다 더 적게(약 6시간) 또는 더 많이(약 9시간) 필요로 합니다.
한국인의 수면 기대 시간은 7시간 39분인데 이것은 무리한 기대라고는 볼 수 없으나, 청소년의 경우 입시 준비나 과도한 학원 수업, 긴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수면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전문가들은 8~10시간 수면을 권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질(Quality)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강조하듯 수면의 질은 수면의 양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양질의 수면이 부족하면 명확한 사고, 기억력, 학습 능력, 일상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양질의 수면은 혈당 조절, 기분 조절, 운동 능력, 면역 체계 및 정신 기능 개선 등 여러 가지 뇌 및 주요 신체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에 따르면 수면의 질은 혈당 조절과 정신 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적절한 수면은 인슐린과의 관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수면은 뇌가 성장하고 재구성하며 새로운 신경 연결을 형성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기억력과 인지적 사고에 필수적입니다. 양질의 수면이 부족하면 명확한 사고, 기억 형성, 학습 능력, 전반적인 일상 기능이 저하됩니다.
그렇다면 수면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수면 전문가들은 건강한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요소에 동의합니다. 여기에는 밤에 깨는 횟수 감소, 처음 잠들기까지 깨어 있는 시간 감소, 깊이 잠든 수면 상태(NREM, Non-rapid eye movement)에서의 전기적 특성, 수면 후 깨어날 때의 회복과 상쾌함 정도 등이 포함됩니다.
수면의 질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수면 전반을 되돌아 보고 개인은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던져줍니다.
규칙성(Regularity)
이상적으로는 평일이나 주말에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이 시간은 밤 수면 시간의 양쪽에서 +/- 0~20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취침과 기상 시간을 갖는 것은 다양한 신체 및 뇌 기능에 중요합니다. 인체의 내부 시계 또는 하루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은 인공조명, 시차 적응, 카페인/에너지 음료 등의 요인에 의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수면은 단순히 취향이나 수면 편의성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취침과 기상 시간의 규칙성은 중요한 건강 고려 사항입니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은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워커 박사가 참고문헌으로 인용한 “수면 규칙성은 수면 시간보다 사망 위험을 더 잘 예측한다(Sleep regularity is a stronger predictor of mortality risk than sleep duration: A prospective cohort study)”라는 PubMed 2024년 1월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수면 규칙은 사망률 위험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영국에서 6만977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추적 조사연구에서 규칙적인 수면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20~48%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고, 심혈관 대사성 질환 사망 위험이 22~57% 낮았습니다. 수면 규칙성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인가를 보여줍니다. 규칙적인 수면은 전반적인 건강과 생존을 개선하는 데 있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입니다.
타이밍(Timing)
워커 박사는 생체 시계에는 3가지 유형, 올빼미형, 종달새형, 그리고 중립형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체 시계는 거기에 맞춰 수면을 동기화하게 되거나, 깨어 있고 싶은 본능과 잠을 자고 싶은 본능 사이의 선호를 정하게 됩니다. 이 생체 시계의 유형은 유전적 요소, 나이, 기타 환경적 요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체 시계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생활함으로써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인공조명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생체리듬이 늦어지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생체 리듬이 늦어지는 사람들은 수면의 질이 낮고, 만성 피로, 정서적 문제, 대사 장애, 약물 사용 위험이 더 커집니다.
이케아의 보고서에서는 규칙성이나 타이밍에 관한 구체적인 통계가 제시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면 전반을 살펴보면서 ‘수면은 생명 유지 시스템이자 자연이 불멸을 위해 지금까지 해온 최고의 노력’이라는 수면 과학자 워커의 말에 담긴 의미를 개인과 우리 사회가 간과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케아 보고서가 수면이 학습이나 기억력, 건강과 질병, 면역 체계, 심지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워커의 표현대로 ‘수면은 초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워커 박사의 TED 강연 장면 (사진=TED 화면 캡쳐)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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