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하면서, 해외 저가물량 공세에 시달리던 국내 철강업계의 숨통이 트일 전망인 가운데, 이같은 조치가 조선업체들에는 악재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조선업체들의 경우 선박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제철 조선용 후판 제품. (사진=현대제철)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후판가격은 국내산 대비 10만원 정도 저렴합니다. 이번주 기준 국내산 후판의 톤(t)당 가격은 90만원입니다. 중국산 수입 후판가는 t당 80만원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국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이 선박 제조용으로 쓰입니다. 나머지는 교량과 플랜트 등 건설 자재로 주로 사용됩니다. 특히 조선업체 입장에서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로 불립니다.
따라서 조선업체들은 원가 절감 차원에서 중국산 후판을 전략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국내 대형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중국산 후판을 총 건조 선박 가운데 20% 비중을 두고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부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산업부 무역위원회(무역위)는 지난 20일 중국산 후판을 대상으로 예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덤핑 사실과 덤핑 수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예비 판정한 바 있습니다.
무역위는 향후 이뤄질 본조사 기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잠정 덤핑 방지 관세 27.91%~ 38.02%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한데 따른 결과입니다.
만약 산업부가 정한 최대 반덤핑 관세 38%가 중국산 후판에 부과될 경우 중국산 후판의 t당 가격은 110만원으로 상승합니다. 현재 유통되는 국내산 후판의 t당 가격(90만원)보다 20만원 정도 비싸지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국내 대형 철강사들과 조선업체 사이 매년 두차례 진행하는 후판 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양 업계간 후판가 협상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이뤄집니다. 타결된 후판 가격은 다음 반기동안의 공급가로 정해집니다.
현재 양측의 작년 하반기 후판가 협상은 해를 넘기고 아직까지 타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격 협상에서 철강사는 t당 90만원 이상을, 조선사는 90만원 이하를 요구하며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로 철강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동안 조선사들은 철강업계와의 후판가 협상에서 품질이 비슷하나 더 저렴한 중국산 후판을 앞세워 국내산 후판가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국내산 후판이 비싸지면 중국산 후판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중국산 후판이 국내산보다 비싸지면 이같은 논리가 설득력을 잃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후판 반덤핑 관세부과 예비 판결은 중국 조선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조선업계에 경쟁력 약화로 돌아올 것”이라며 “당장 피해가 적겠지만 누적된 원가 상승 피해로 글로벌 수주 점유율 1위인 중국과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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