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정부가 일괄 약가인하를 시행한 지 1년여. 그간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녹십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 1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205억) 42.3% 줄어든 저조한 성적표다. 매출액은 1790억원으로, 같은 기간 3.2%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의 악화가 확연했다.
녹십자의 경우 약가인하 조치가 실적 부진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특히 주력 사업 분야인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 실적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글로벌 임상시험 진행으로 연구개발비가 34% 늘어나 판매관리비가 증가한 것도 요인이 됐다.
동아제약(분할 전 기준)도 부진했다. 1분기 영업이익 12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41억)에 비해 9.9% 감소했다. 매출액 역시 2156억원으로 같은 기간 1.45% 줄었다. 리베이트 후폭풍으로 개원의들의 불매운동이 겹친 것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2013년 상위제약사들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지난해 약가인하 후 큰 폭의 실적 감소가 예상됐지만 대체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웅제약과 유한양행은 약가인하 파고를 넘어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웅제약은 1분기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112억) 대비 무려 50.1% 성장했다. 상위제약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엔저가 도움이 되며 운이 따랐다.
주력제품인 '올메텍'을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올해 들어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산 수입제품 원가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올테멕’은 지난해 750억원을 올릴 만큼 대웅제약 대표품목 중 하나다.
유한양행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하며 19.2%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 체결한 코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유한양행은 다국적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 코마케팅을 체결, 지난해에만 이 제품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마케팅은 원제약사에서 만든 신약을 들여와 마케팅만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또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가 견고한 실적을 내면서 외형 성장에 기여했다.
2009년 복합신약 ‘아모잘탄’(고혈압) 출시에 이어 ‘에소메졸’(역류성식도염), ‘심바스트CR’, ‘뉴바스트’(이상지질혈증) 등 주요 처방의약품들과 ‘페노시드’(중성지방치료제), ‘모테손플러스’(비염) 등 개량신약들이 시장에서 고르게 성장한 것이 배경이 됐다.
여기에 발기부전치료제 ‘팔팔정’ 효과가 덧붙여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약가인하 후 올 1분기 최악의 실적을 예상했지만, 주요 제약사별로 나름 선방한 것 같다”면서도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 제약사들이 더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성급하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약가인하 조치에도 제약업계가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 시장에서 증명되면서 스스로 덫에 갇힐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간 실적 악화를 이유로 정부 조치에 맞서왔지만 실제 성장에는 지장이 없다는 반론의 근거를 스스로 제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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