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극우성향 교육단체 '리박스쿨'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압박을 느꼈다는 교육부 국장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구체적인 증언을 하지 않았던 교육부 공무원들이 태도가 조금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해당 증언을 듣고 "책임자로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처음으로 사과했습니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리박스쿨 청문회에서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부 국장 "'리박스쿨 챙겨라' 압박받아" 증언
민주당 소속의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리박스쿨' 청문회에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이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사업 주관기관 공모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교육부 공무원들이 압박을 느꼈다는 제보가 있다"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김천홍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국장)은 "압박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해당 공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 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시행하는 것으로 교육부 장관이 지정하거나 위탁하는 사업을 수행합니다. 당시 손 대표가 이끄는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은 최대 10점까지 차지하는 사업비 계획 항목에서 0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원기관 54곳 중 52등을 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늘봄학교 사업을 총괄한 김천홍 국장을 향해 "이렇게 형편없는 기관을 탈락시켰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들이 압력을 받았다는 제보가 있어 확인하고자 한다"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김 국장은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을 챙겨달라고 직접 연락을 받은 일이 있다"고 실토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주관기관 선정 압력으로 느낀 것인가. 솔직하게 말하라"고 재차 묻자 김 국장은 "압력으로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교육부에서 받았나. 아니면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에서 받은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신문규 당시 대통령비서실 교육비서관을 지목했습니다. 김 국장은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이수정 전 교육부장관 정책자문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리박스쿨 청문회 등을 안건으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안이지 압박 아니다"…리박스쿨 대표 추천 이유 '침묵'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 김 국장은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을 챙겨달라는 요구가 있은 후 평가과정과 결과를 확인하니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평가 결과가 안 좋게 나와서 결과에 따라 탈락시키겠다고 말했고 그 과정에서 압력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손 대표 관련 단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란 요구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해당 요구는 이수정 단국대 교수(당시 교육부 정책자문관)가 한 것인데요. 이 교수는 손 대표를 교육부 자문위원으로 추천한 인물입니다. 김 국장은 "지난해 5월 압박을 받았고, 손 대표로부터 문자를 받았는데, 자기소개와 함께 제안할 것이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하며 당시 담당 부서 연락처를 알려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이 교수는 "당시 자문관이라 공무원들에게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며 "'함께행복교육봉사단'의 단장을 작고한 제 선배 교수가 단장으로 있었는데, 교육부와 MOU 방법을 물어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를 교육정책 자문위원으로 추천한 배경에 대해서는 "원래 알던 관계는 아니지만, 전문가라고 해서 추천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 공무원이 느낀 압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추궁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비서관이 스스로 지시할 수 없다"며 "손 대표에게 거듭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씨의 연락을 받았는지 물었는데 못 받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추후 위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리박스쿨 청문회 등을 안건으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 "극우적 역사관 문제"…야 "사상검증 안돼" 공방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의혹'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펼쳤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왜곡된 역사 교육을 주입하고 극우 세력을 조직적으로 양성했다"고 공격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두고 청문회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섰습니다.
정을호 민주당 의원은 "극우 정치 카르텔이 늘봄학교를 매개로 어린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 교육을 주입하고 극우 세력을 조직적으로 양성해 온 놀라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리박스쿨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부 문건을 보면 전두환씨의 명예 회복을 추진하기 위한 자료가 나왔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청문회가 개인 사상 검증을 하는 자리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김민전 의원은 "공직자의 위헌적 생각은 언제든 검증이 가능하나 개인에게 모든 역사적 사실이나 해석을 일일이 물어보고 청문회 자리서 답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김대식 의원은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번 사안은 아직 수사 결과조차 나오지 않았고, 혐의 입증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문했습니다.
한편 리박스쿨은 보수 성향 교육 단체로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군대)'란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 리박스쿨이 특정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 공작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창의체험활동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해 주고 이들을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채용했다는 의혹 등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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