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이명신 기자] 한진그룹의 택배사업 부문인 한진택배가 택배 라벨 운송장 납품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업체를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업체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1차 샘플 및 공장 실사 테스트에 합격했는데도 추가적인 테스트를 요구해 이조차도 따랐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느닷없는 ‘계약 무산’이었다고 했습니다. 반면, 한진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적이 없고 정당한 계약 절차를 거쳐서 기존 업체와 거래를 이어갔다는 입장입니다.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한진빌딩의 모습. (사진=뉴시스).
10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월 한진택배는 라벨지 업체 A사에게 ‘택배 라벨운송장 공급 협력사 선정 입찰 안내서’를 발송했습니다. 해당 계약은 전국 한진택배 지점에 라벨 운송장을 납품하는 건으로 1년치 공급 계약, 약 40억원 규모입니다.
라벨지 업계 수위권을 다투는 A사는 사업 확장을 위해 한진택배 입찰에 응했습니다. 기존 계약 업체가 한진택배와 오랜 계약 관계인 점을 감안해 신규 거래처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단가를 크게 낮춰 해당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한진택배의 입찰 안내서를 보면, 해당 입찰은 1월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업체 1곳을 선정하고 품질 테스트를 거쳐 본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었습니다. A사 역시 한진택배로부터 테스트용 샘플 제출 요청 메일을 받고 운송장 라벨 6종의 샘플을 제출했습니다. A사 관계자는 “한진택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구두로 통보했다”며 “이어 품질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상 없다’는 답변까지 받았다”고 했습니다.
순조로운 줄 알았던 상황은 한진택배가 입찰 안내서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A사에 요구하면서 달라졌습니다. "이미 테스트를 마치고 본계약 체결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달 뒤 갑자기 한진택배로부터 ‘2차 테스트’를 진행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현장 실사 테스트까지 추가로 진행되더라고요."
‘을’의 입장인 A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모든 테스트를 진행한 뒤 계약 체결 연락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한진택배 측은 “기존 업체의 재고가 남아있다”는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계약을 미뤘다고 합니다.
A사는 테스트 통과 후 한진택배 관계자가 “단가적인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하는 등 계약 체결 분위기가 긍정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A사 관계자는 “최저가로 입찰을 써서 당당히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품질 테스트까지 통과했는데, 대기업이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한달 만에 끝날 계약이 7개월 동안 이뤄지지 못하면서 A사는 입찰을 최종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A사와의 계약이 무산된 자리는 기존 업체인 B사가 계약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이와 관련 A사 관계자는 “기존 업체와의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한진택배의 의도적 지연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한진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A사를 선정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계약 지연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길어져 일정이 지연된 측면이 있고, 계약도 내부 기준에 맞춰 정당하게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배덕훈·이명신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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