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유영진 기자]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사의 경영공시를 은행권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새마을금고는 금융자산과 거래 고객 규모가 시중은행과 맞먹는데도 불구하고 중앙회를 비롯해 개별 법인의 자금 운용 내역 등 경영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지역 금고 폐쇄 우려로 고객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새마을금고법 개정 추진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민주당 의원 등은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쯤 예정된 국정감사 전에 발의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중앙회나 개별 법인의 공시 자료를 보면 요약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경영지표만 있는 실정"이라며 "자금 운영 실태를 볼 수 있는 자료가 전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사의 부실을 마주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상호금융사들은 금융사 지위를 누리면서도 법망을 피하고 있다"며 "새마을금고법뿐만 아니라 신협법, 농·수협법 등 각 기관의 법안 개정안을 한번에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1276개 새마을금고의 당기순손실은 1조7382억원으로 전년 86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습니다. 새마을금고 전체 연체율은 같은 기간 5.07%에서 6.81%로 1.74%p 상승했습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10.41%로 2.67%p, 가계대출 연체율은 1.75%로 0.23%p 올랐습니다.
적자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대출을 벌이다가 경기가 악화하자 손실을 본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PF 사업성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충당금 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해 개별 금고의 경영 정보는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PF 사업이 대규모 부실 사태를 맞았지만 PF 내역이나 투자 내역 등의 자산운용 현황을 열람하기는 어렵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앞서 2023년 6월 말 부동산 PF 우려가 불거지며 예금 인출 사태를 겪었습니다. 지역 금고가 통폐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고객들은 앞다퉈 자신이 예금한 금고를 찾아 돈을 인출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부실 PF 매각 등이 지연되면서 적자·부실 금고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에서 빈번하게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관리·감독 소홀이 꼽힙니다. 주무 부처가 행정안전부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국 약 1300개 새마을금고는 사실상 각각 다른 법인이나 마찬가지라 제재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습니다.
타 금융기관에 적용되는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나 신용협동조합법과 대조적입니다.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원 자격 요건부터 이사회 구성과 운영, 내부통제, 위험관리, 이해상충 관리, 영업행위 규제, 경영공시 의무 등이 적용되는 동시에 금융감독원에 감독과 검사 권한도 명시돼 있습니다. 같은 상호금융권인 신협, 수협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법에도 경영공시 관련 조항이 있지만 '공개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고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면서 "감독 체계 개편이라는 큰 아젠다보다는 부실 사고가 났을 경우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경영 정보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부 규정 없이 '깜깜이' 경영공시
새마을금고의 자산이나 거래 고객은 시중은행에 맞먹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은행권 수준으로 경영공시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은행법 제43조에 따르면 은행은 예금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재무 상태, 손익, 자금 조달 및 운용 등 주요 정보를 금융위원회가 정한 세부 지침에 따라 공시해야 합니다. 은행들은 은행업감독규정 제41조와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경영 상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공시 내용에는 재무 정보뿐 아니라 자회사 경영 평가, 채권·채무 관계, 채권 조정 내역 및 관련 업체 현황 등도 포함됩니다. 아울러 금감원장은 경영공시에서 중요 사항을 누락하거나 허위로 기재한 경우 해당 은행에 정정 공시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은 상호금융업감독규정 제9조에 따라 각 조합 내 중앙회장이 정한 기준에 따라 경영공시를 시행하며, 공시 내용이 불성실할 경우 금감원장이 정정 공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다른 상호금융과 달리 핵심 정보 누락에 대한 제재 근거가 미비하고, 구체적인 경영공시 기준 역시 법령에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새마을금고법 제75조에는 경영공시에 대한 의무만 규정돼 있을 뿐 세부 규정은 없습니다. 분량으로만 보더라도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단 3장 분량 재무제표만 공시하고 있는 반면, 다른 금융사의 경영공시는 200장에 달합니다. 특히 자산 건전성, 경영 관리 능력 등 핵심 지표도 구체적인 수치 없이 단순 등급으로만 표기돼 '깜깜이 공시'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다수 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 확대가 상호금융 본연의 정체성에 반하는 과도한 수익 추구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본다"며 "새마을금고가 자신의 운용 역량을 벗어나는 리스크를 지지 않도록 중앙회 및 정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마을금고 부실에 따른 뱅크런 우려를 막기 위해 경영 공시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소재 MG새마을금고 영업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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