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제주도 외 국내 전 지역에서 '제주삼다수' 유통을 담당할 위탁판매사 선정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제주삼다수는 연 매출 4000억원 규모의 판권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위탁판매에 성공하는 업체는 단숨에 국내 생수 시장의 선두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위탁판매사 입찰과 관련해 다수의 국내 유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상황인데요. 일단 지난 12년 동안 위탁판매를 맡아온 광동제약은 삼다수를 기업의 주요 캐시 카우로 여기고 있는 만큼 수성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농심, 롯데칠성음료 등 유통 대기업들 역시 삼다수를 운영할 시 생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달 22일부터 3일간 입찰 접수…일단 광동제약이 유리
1일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48일간 '나라장터(국가종합 전자조달)'를 통해 입찰 공고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입찰 접수 기간은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이며, 공사는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계약 기간은 4년이며 제주개발공사와 합의해 1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13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는 위탁판매자 선정 사업설명회가 열렸고, 약 20개 기업들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삼다수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삼다수가 국내 생수 시장의 40%를 점유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제작=뉴스토마토)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13%, 농심의 '백산수'가 8%로 뒤를 있고 있지만, 삼다수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것이 현실인데요. 게다가 시장에서 측정하는 삼다수의 연 매출 판권 가치가 4000억원 수준에 달하다 보니, 삼다수를 확보하는 기업은 생수 시장에서 단번에 수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일단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광동제약이 꼽힙니다. 광동제약은 지난 2013년부터 12년 동안 삼다수 유통 판매를 맡아와 상당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고, 기업 내부에서도 삼다수를 주요 수익원으로 인식하고 있어 다른 기업 대비 동기부여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의 경우 자체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생수 브랜드가 없는 점, 이번 삼다수 입찰에 실패할 경우 실적 측면에서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번 입찰에 가장 절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경쟁 기업들이 삼다수 입찰에 실패한다고 해서 별도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어삼광(어차피 삼다수 유통은 광동제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다수의 국내 총 판권 확보는 국내 1위의 생수 시장 확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매출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농심 "검토", 롯데칠성 "검토된 바 없다", LG생건 "검토 안 한다"
하지만 광동제약을 제외한 주요 유통 기업들의 물밑 경쟁도 만만찮은 형국입니다. 언급되고 있는 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삼다수의 입찰에 대해 비교적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업체들마다 생수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차가 존재하고, 각 사별로 미치는 실익적 측면의 유불리를 파악해 신중하게 입찰을 저울질하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주요 후보 기업 중 하나는 농심입니다. 농심은 삼다수가 처음 출시됐던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4년 넘게 도외 유통을 맡았던 기업입니다. 삼다수를 생수 시장의 주류 브랜드로 키운 데는 농심의 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농심 내부에서도 삼다수에 대해 애증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전언이 나오는데요. 특히 현재 농심이 전개하고 있는 백산수는 점유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삼다수를 확보할 경우 생수 시장에서 다시 선두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찰에 대한 고심이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당사는 삼다수의 판권 입찰이 나올 때마다 매번 검토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도 판권 확보 후 상황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공식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생수 시장 2위 브랜드인 아이시스를 갖고 있어, 만약 삼다수까지 확보한다면 철옹성 같은 생수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데요.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농심과는 달리 조금은 참여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조만간 공개 입찰이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입찰에 대해 현재로서는 검토된 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삼다수 입찰과 관련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참여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미 자체적으로 전개하는 생수 브랜드가 있다"며 "애초부터 입찰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농심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아이시스만 해도 1997년에 론칭해 30년이 다 될 정도로, 롯데칠성에서는 상당히 공을 들이는 브랜드"라며 "게다가 아이시스와 삼다수를 합치면 시장에서 과반의 점유율을 형성하게 된다.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생수 시장 1위를 확보한다 하지만 실익 측면에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생수 시장이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제주 사회 공헌 문제, 4년 주기로 재입찰에 나서야 하는 번거로움 등을 감안한다면, 기업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이득을 본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사전설명회 때 많은 기업들이 참석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 내부적으로 기업의 윤곽은 전혀 알 수 없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삼다수 판권을 운용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개발공사 삼다수 홍보관 전경. (사진=제주개발공사)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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