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특수 없다"…면세업계 임대료 고통에 한숨
5월 면세점 방문객 수 1년 새 6% 늘었지만
기초 체력 바닥…임대료 고정비에 '신음'
"일정 수준 조정 필요하지만…기업 차원 자구책 마련도 강구해야"
2025-07-11 10:18:22 2025-07-11 14:10:44
 
[뉴스토마토 김충범·고은하 기자] 면세업계의 최대 호황 시즌으로 불리는 여름 휴가철을 맞이했지만 업체들의 표정은 오히려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입니다. 시장을 옥죄는 빗장들이 과거 대비 조금씩 풀리고 외국인 관광객 방문도 증가하면서, 올 들어 면세 업황은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던 상황인데요. 하지만 최근 면세 업황 자체의 기초 체력이 워낙 떨어진 데다, 특히 여객 수가 증가할수록 임대료가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되는 실정입니다. 
 
관광객 느는데 수익 떨어져…고심 깊어지는 면세점 
 
1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우리나라 주요 면세점의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6.1%, 전월 대비로는 11.2% 감소한 1조525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 3월만 해도 1조845억원, 4월에는 1조1848억원 수준이었지만 5월 들어 증가세가 꺾였습니다. 
 
반면 지난 5월 면세점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6%, 전월 대비 5.8% 증가한 257만명으로 파악되며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이는 방문객 수 증가가 매출 증대로 직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면세 시장 침체는 그간 주요 수입원이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의 발길이 예년만 못한 데다, 특히 보따리상인 '따이공'과의 거래가 중단된 점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아울러 외국인들의 관광 패턴 변화도 한몫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외국인 관광 트렌드를 살펴보면 과거 쇼핑 위주의 단체관광에서, 최근 'K-뷰티', 'K-푸드'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한 목적의 개별 관광으로 흐름이 바뀌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최근 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여객 수에 연동되는 공항 임대료가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면세점 부담 임대료는 여객 1인당 수수료에 공항 이용객을 곱해 책정됩니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의 올해 월평균 여객 수는 약 300만명 수준으로, 이곳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내는 월 임대료는 300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면세점 매출은 감소하는데 매월 임대료가 만만찮다 보니 공항 입점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신세계면세점이 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신라면세점의 경우 50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와 공항 간 갈등 장기화…임대료 조정과 자구책 모두 필요
 
임대료를 두고 업계와 공항 간 갈등도 장기화하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30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임대료 조정 신청 기일에서 신세계·신라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요. 
 
앞서 면세업계는 매출 부진을 이유로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40%를 인하해달라는 임대료 조정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공사는 조정기일 전 법원에 조정안 수용 불가서를 냈습니다. 공사는 이와 관련해 △차임감액 조건 미충족 △타사업자와의 형평성 △입찰 공정성 훼손 △향후 입찰의 부정적 영향 등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이에 법원은 면세점 측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다음 조정 기일은 내달 14일 열립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관광 시장의 트렌드가 많이 변하고, 환율도 많이 오르는 등 면세 업황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며 "면세업계가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는 기간까지만이라도 (공항이) 배려를 해줬으면 하는 측면이 있다. 임대료 인하 요구도 이 같은 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면세업계만 이 같은 요구를 한다면 무리가 있겠지만, 과거 정부가 면세점 임대료를 일괄 감면해 준 사례도 있다"며 "해외 역시 우리와 비슷하게 면세 산업의 사정이 좋지 않다. 태국, 싱가포르 등 국가의 주요 공항들도 임대료를 감면하거나 인하를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어려운 면세업계를 이해하면서도, 기업들이 추가적 자구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놨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면세 시장이 워낙 호황이라 기업들이 서로 면세점 허가를 받으려 혈안이 됐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면세 영업이 너무 좋지 않다 보니 임대료는 분명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면세점 임대료를 적정한 수준에서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면세업계 역시 임대료 인하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색을 다채롭게 하는 노력을 동반하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사실 우리 공항의 경우 MD 구성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분명 '한국'이라는 키워드를 알릴 수 있는 매장 구성 등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관광객 수 회복은 수치상으로도 분명히 늘어나고 있다. 면세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분명 경기 침체 영향 탓이 크다"면서도 "개별 관광객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춘 프로모션 방식을 기민하게 접목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구역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고은하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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