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현행법상 문화예술에 게임이 포함된 지 2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법적·과학적 근거 없이 알코올·마약·도박과 함께 인터넷 게임을 중독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며 불합리하게 대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한국에 들어올 경우, 게임은 국가 공인 '길티 플레저(죄책감 속에 느끼는 쾌락)'가 될 거라는 우려가 게임계에 팽배합니다. 최근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성남시 공모전도 게임 인식 퇴보에 대한 위기의식을 키웠습니다.
김현경 게임문화교육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경 게임문화교육원장은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공존 질환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음에도, 게임 자체가 병의 원인이라는 시선이 여전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게임문화교육원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게임 리터러시 사업을 펴고 있는 게임문화재단 산하 기관입니다. 전국 초·중·고 학생과 보호자 대상으로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온 가족이 참여하는 1박2일 게임문화 가족캠프 사업도 마쳤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예산 삭감이 이어지면서 가족캠프는 점차 줄다가 올해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 게임 리터러시 예산은 2023년 7억원에서 지난해와 올해 6억원으로 감액됐습니다. 이를 두고 게임계에선 "정부가 KPI(핵심성과지표) 숫자로 판단하는 '가성비' 논리에 빠져, 가족 단위 게임 인식 제고 기회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교육원은 이재명정부의 게임 리터러시 지원 강화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보호자와 공감하고 뭔가를 얻어가는 교육은 가족캠프만큼 큰 게 없다"며 "게임사와 협업하는 대신 캠프 이름에 회사명을 붙이는 방법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연간 1만 명 채우기식 일회성 보호자 교육 프로그램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현실적으로 예산을 들인 만큼 제시해야 할 숫자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무조건 게임을 못 하게 하지 말고 자녀가 무슨 게임의 어느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알아가라는 식으로 교육하는데, 한두 시간짜리라 해도 환기 효과는 명확하다"고 단언했습니다.
물론 김 원장은 보호자가 긴 호흡으로 게임을 이해하는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2001년 게임아카데미를 시작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을 거쳐 2024년 게임문화교육원장이 되기까지, 사람이 게임을 만들고 게임이 문화를 만드는 선순환을 지켜봤습니다. 2020~2023년에는 콘진원에서 게임 리터러시 교육 사업을 총괄하기도 했습니다.
김 원장은 "KPI상의 숫자가 아닌 정성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면, 대상별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며 "지금은 부족한 예산 내에서 대담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튜브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호자가 게임 리터러시 포털에 접속해 각자의 고민과 전문가 답변을 공유하고, 이를 후속 교육과 연구에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예산만 된다면 리터러시 플랫폼을 만들고 싶은데 이번 정부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며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기존의 KPI 숫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정도의 파급력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