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화력 발전, 꼭 중단해야 하나요?"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를 방문한 기자들의 반응입니다. 거대한 굴뚝과 터빈, 매연 자욱한 풍경을 떠올리며 들어섰지만 눈앞에 펼쳐진 건 정돈된 설비와 청정한 외부 풍경이었습니다. '6500일 무고장 운전'이란 보령화력 3호기의 기네스 기록은 덤입니다. 중부발전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중대재해 '0'(제로)를 이어가고 있고, 이제는 다음 단계인 '신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의 보령 1~5호기.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전력의 '8%'…중부발전의 '대전환'
중부발전은 국내 전력의 약 8%를 담당하는 주요 발전 공기업입니다. 이 가운데 보령발전본부는 설비용량 4419메가와트(MW)로 국내 전체 발전설비의 3.5%를 차지하는데, 이는 충남 전역과 대전·세종을 합친 400만명 인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에 해당합니다.
특히 보령화력 3호기는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건설한 한국형 500MW급 '표준 석탄화력발전소'로서, 이 기술은 당진화력, 태안화력 등 국내 20기 발전소뿐 아니라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인도네시아 찌레본 발전소에도 수출돼 활용되고 있습니다.
보령 3·4호기는 환경설비 성능 개선을 거쳐 대기오염물질 82%, 초미세먼지 84%를 줄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성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중부발전은 '탈석탄 시대'를 준비 중입니다. 앞서 중부발전은 대기오염물질 감축 계획에 따라, 지난 2020년 1·2호기를 조기 폐지했습니다. 5호기와 6호기도 각각 2026년과 2028년 폐지될 예정입니다.
중부발전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500㎿급 '보령 신복합 1호기'를 내년 말 준공할 예정이며, 경남 함안에서는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함안 복합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발전소는 각각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함께 쓰는 혼소 복합발전, LNG 단일 연료 복합발전 방식입니다.
보령 3·4·7·8호기도 2038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지돼 봉화 양수발전 등 무탄소 에너지 체제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중부발전 신보령발전본부 취수부. 이곳에서 끌어온 물은 보일러와 터빈을 거쳐 나온 고온의 증기를 냉각하는 데 쓰인다. (사진=뉴스토마토)
"2035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30%"
중부발전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CCUS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액을 통해 분리·포집한 뒤 압축·액화해 저장하고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보령발전본부 설비는 하루 최대 200톤(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 가운데 150t을 압축해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포집·압축된 이산화탄소는 순도 99% 이상을 유지해 스마트팜 공급, 산업용 용접, 식음료 제조 등으로 판매됩니다.
중부발전은 해상풍력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제주 한림 해상풍력을 통해 국내 기술력과 운영 경험을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인 '신안우이'에 연내 출자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해상풍력에 이어 육상풍력의 리파워링(설비 대체)도 추진해 설비용량 확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개발·검토 중인 규모는 총 4.28기가와트(GW)에 이르며,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3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보령화력 1·2호기는 1980년대 초 건설돼 국내 최초 대용량 유연탄 전소 발전소로 꼽힙니다. 값싼 유연탄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했고, 산업화 시기의 전력 수급을 떠받친 상징적 설비였습니다.
보령화력은 8호기까지 확충되면서 한때 전국 발전설비의 5~8%를 담당할 만큼 규모가 컸고, 국내 대표 발전단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때문에 단계적 폐지는 단순한 설비 교체가 아니라 한국 전력산업의 석탄발전 시대가 저물고 '무탄소 체제'로 전환하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됩니다.
충남 보령=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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