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검찰·사법 개혁을 둘러싼 갈등 전선이 넓어지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법사위가 올해 국감 최대 화약고로 떠오른 가운데 주요 쟁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논란입니다. 검찰 개혁에 반발한 검사들의 집단행동도 법사위 갈등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희대 청문회'가 된 국감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오는 13일부터 31일까지 국정감사에 돌입합니다. 뜨거운 감자는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입니다. 지난달 16일 부승찬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대법원장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발언이 담긴 제보의 존재를 밝힌 데서 시작됐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한 점을 대선 개입으로 보고, 의혹 규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9일 만에 원심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은 건 대선 개입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15일 대법원 현장 국감을 결정하고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사실상 조 대법원장 청문회입니다. 지난달 30일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 청문회에서 주요 증인이 모두 불출석하자 현장 국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사위는 이 밖에도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지귀연 부장판사 등을 민주당 주도로 국감 일반 증인에 채택했습니다. 역시 대선 개입 의혹 확인이 목적입니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은 사법부 독립성 파괴로 봅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 헌법 103조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오히려 조 대법원장의 국감 증언은 심판의 과정을 누설한 불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일방통행에 "(국정감사는) 전부 다 국회에 와서 하는 것으로 했고 일단 결정이 됐다. 그런데 또 왜 갑자기 13일 하루로 정했던 이 기관에 대한 감사가 왜 또 이틀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또 이 부분은 국회가 아닌 대법원에 가서 또 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반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결과적으로 오늘(9월30일) 청문회는 붕어빵 청문회가 된다"면서 "우리가 13일에 국정감사가 있지만 15일에 현장검증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여권 마찰에 법사위 '기폭제'
검찰청 폐지가 결정된 후 검찰과 여권이 마찰을 빚는 가운데 법사위가 갈등의 기폭제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달 30일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이 복귀 의사를 밝혔습니다.
파견 검사들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 하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검찰청이 해체된 상황에서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 수사·기소·공소 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는 와중에 수사·기소·공소가 유지되는 특검 수사를 지속하는 건 모순된다는 지적입니다.
정부조직법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두 명의 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하는 등 개인적인 불만은 감지됐지만, 집단으로 반기를 든 건 처음입니다. 민주당은 법사위 차원에서 법무부에 복귀를 요청한 파견 검사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자는 제안까지 나옵니다.
오는 23일 예정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국감에서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놓고 검찰 개혁에 대한 여당 법사위 위원들의 공세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윤석열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던 전성배씨(건진법사)에게서 압수한 현금 1억6500만원 가운데 관봉권에 해당하는 5000만원에 부착된 띠지와 스티커 등 핵심 증거품을 수사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에서 공급하는 화폐입니다. 띠지와 스티커에는 지폐 검증 날짜, 담당 직원, 사용 장비 등이 기재돼 자금 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검찰 지휘부가 증거를 고의로 인멸했다는 조직적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도 검찰청 폐지 근거로 해당 사건이 심도 깊게 논의됐습니다.
국민의힘은 국감에서 특검의 이상기류를 짚고 넘어간다는 방침입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사법부를 이렇게 흔들고 겁박하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한 삼권분립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이 선출 권력 위에 있다고 하면서도 막상 국민을 우습게 보는 그런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특검에 다 주고 정상적으로 민생을 챙겨야 할 검찰의 이를 다 뽑아놨다"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법 개혁과 특검의 역할을 비교해서 공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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